▶ 노인 아파트 거주 한인 노인들 자식에 부담주기 싫어 혼자 산다
"자식들이 같이 살자 는대 싫어. 결코 아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러는 건 아니야. 자식들에게 부담 주는 것이 싫고 기대는 것도 싫고 그냥 혼자 사는 게 편해, 그런데 노년에 밀려오는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어"
오클랜드에 위치한 웨스트 레익크 크리스천 노인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한보배(77세) 할머니는 2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 할머니는 17년 간 이 아파트에서 남편과 생활하다 지난 2001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 보행기에 몸을 의지한 채 혼자 생활하고 있다.
한 할머니는 "남편이 살았으면 지금 81살일텐데 먼저 세상을 떠났다"며 "자식들이 아무리 잘해줘도 늙어가면서 느끼는 ‘외로움’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다"면서 사진 속의 남편얼굴을 한동안 바라봤다.
우리 사회에는 몸도 편치 않고 기력도 떨어져 이제는 독방에서 외롭게 혼자 생활하는 노인들이 많다.
웨스트 레익크 크리스천 노인 아파트의 정지영 소셜 서비스 코디네이터는 "매달 1∼2명의 노인들이 노환으로 세상을 뜨고 있다"며 "죽음은 더 이상 이곳에서 충격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또 "부부인 경우 밖에 나가서 사회활동을 하는 등 외출을 하지만 혼자된 노인들은 비디오나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방송을 시청하며 집안에서만 생활한다"며 "이 곳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자식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없던 간에 의지하는 것이 싫어 같이 살다가 나오거나 자식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부담주기 싫어 나오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0년도부터 노인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는 김중예(84) 할머니도 ‘자식들이 들어와 같이 살자는 데도 괜히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고 눈치보기 싫어 혼자 사는게 부담 없고 편하다"며 "그러나 어쩔 때는 자식들이 놀러왔다 가고 나면 어린애처럼 눈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자신을 만나고 돌아가는 자식들의 뒷모습을 보며 그들이 다음 번에 올 때 내가 살아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슬퍼진다"면서 배고픔은 한끼의 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노년에 밀려오는 마음의 굶주림은 그 어떠한 것으로도 채울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78년 이민와 22년 동안 혼자살고 있는 이정구(81세)할아버지도 "이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서로 의지하며 살고있다"며 "그러나 평소 알고 지내거나 친하게 지내던 노인들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을 때, 세상에 몇 안 되는 친구들의 먼저 떠났다는 마음에 야속하기도 하고 더욱 외롭고 쓸쓸해진다"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
82년 도미 부인과 함께 지난 97년부터 노인 아파트에 살고있는 박의원(82) 할아버지는 "근처 노인회에 나가 의료혜택, 건강, 위생 등과 관련한 강의도 듣고 친구들도 만나는 등 일주일에 2∼3번은 외출을 하고 있다"며 "부부가 서로 의지할 수 있어 혼자 사는 노인들에 비해 바깥 나들이를 자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인들은 한결같이 늙고 기력이 떨어지고 몸이 아파 올수록 한국 양로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며 "이 지역에는 단체다 회장이다 하는 것이 널려 있는데 노인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단체는 없는 것 같다"며 한국 양로원이 생기기를 간절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의 웨스트 레익크 크리스천 노인 아파트에는 전체 400세대 중 한인노인 90여세대가 살고 있으며 이중 80%이상이 독거노인 이다.
또 오클랜드의 엘리스 노인아파트(100세대), 오크 센터 타워 노인 아파트(200세대) 등에 살고있는 노인들의 반 이상이 한인 노인들이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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