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시기가 되면 인생에 대한 허무함, 고독감, 상실감 등이 들면서, 특히 중년 여성의 경우 신체적인 특징상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쉽게 불안해 지고 안정감을 상실하여 평상적인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평온한 마음도 잃게 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이 허무감 고독감 상실감이야말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 감정으로 인해서 정신적 건강을 더욱 강화시키는 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중년 여성들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영리(?)하여 자신만의 시간 관리를 잘 한다. 일도 열심히 하고 자녀 교육도 철저하다. 공부, 과외, 예능, 체육, 사회 봉사활동 등 빈틈없는 스케줄을 자녀에게 마련해 주고, 이런 상황에서 자녀가 훌륭하게 성장 못한다면 이상할 정도로 완벽한 정성을 들인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체중 줄이는 운동, 피부 미용 등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조깅 및 골프 수업도 열심히 하며, 두달 후의 크루즈 여행도 예약해 두고, 다른 사람과 만나는 도중에도 셀폰 통화로 두세건씩 개인적인 용건을 처리하기도 하는 등 자기만의 시간관리에 철저하고, 치밀한 면도 보여준다.
그들의 풍만한 일상을 들여다보면, 숨이 막힐! 것만 같다. 신경 쇠약증이나 거식증, 우울증, 아니면 이유 없이 반항하며 약물중독까지 보이는 자녀들의 모습이 차라리 이해될 만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급속히 변하는 현대사회의 굴레에서 우리의 중년 여성들이 그들의 아름다운 참모습을 간직할 여유마저 빼앗기고 사는 우리의 현실 때문이다.
넓은 공원의 분수 가에서 아득한 그리움으로 먼 상념에 잠긴 모습, 낙엽을 밟으며 하염없이 거니는 중년 여인의 모습, 우수에 젖은 모습으로 바닷가를 거니는 여인의 모습, 이런 모습들은 이젠 고전에 속하는 모습으로 남은 것 같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나 정을 나누는 주변이 많아도 불현듯 찾아오는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아무리 정다운 부부들에게도 각자의 고독은 있는 법이다.
고급 자동차 이야기, 건강식품의 효능, 자식 자랑, 골프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큰 대화인냥 달변으로 일관하는 중년 여인의 표정에서 순수한 모습을 찾아보기가 드물다. 오히려 그들에게서 고독과 허무감에서 탈출하는 처절한 노력이 엿보여 삭막한 느낌이 든다.
가끔 길에서나 양로원에서 볼 수 있는 70~80세 한국 노인들의 토박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주름진 얼굴에서 훌륭한 예술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인상과 인정을 느끼게 된다. 고독할 때는 고독이 얼굴에 묻어나도록 고독하고, 그리울 때는 그리움이 다른 이에게 전달되도록 애잔하게 하는 게, 오염되지 않은 인간의 참되고 건강한 모습이 아닐까?
숨막히는 충만함으로 고독에 대한 불감으로 질식할 것 같은 혼동을 주는 중년 여인의 모습에서 되려 우울증 환자의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고독해 하고 슬퍼하는 모습은 여유로 아름답게 보인다. 울 수 없고 슬퍼할 수 없는 병, 애잔한 기다림을 잃은 마음, 그것은 우울병이다. 다음은 조병화씨의 시 ‘밤의 이야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내게 삶이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내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도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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