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애인과 작별하는 느낌이네요. 시카고를 떠나는 마음이 이렇게 찢어질듯 아플 줄이야... ”
떨리는 목소리를 타고 나온 첫마디를 끝내 잇지 못한 이기춘(78·사진)씨의 눈에는 얇은 눈물이 맺혀있었다. “35년간 살던 엠 우드 파크 지역, 매일 오는 아이스크림 장사를 기다리는 우리 동네 귀여운 꼬마들과 5-6개월에 한번씩 우리집 뒷마당에 난데없이 찾아오던 오랜 친구 사슴, 옆집에 살고 있는 마음이 따뜻한 폴란드 친구... ”55년간의 시카고생활을 청산하고 28일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는 이씨는 또 말을 잊지 못한다.
정든 집과 사람들, 주변 학교, 동물, 자연까지 오랜시간동안 정이 든 그 모든 것을 두고 떠나는 이씨의 마음은 여간 착잡한 게 아니다. 5-6개월에 한번씩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사슴은 며칠전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 이씨의 뒷마당에 다녀갔다고.
1948년 10월, 그가 23세되던 해 시카고 남서부에 있는 오로라 칼리지 유학생으로 시카고에 첫 발을 디딘 이씨는 시카고 최초의 한인 약사로 1957년 시카고대학에 있는 원자약국에서 약사로 활동하며 한인약사들이 전문직 취업으로 대거 몰려든 1970년대 한인 약사 권익 옹호에 앞장섰고 1960년대 후반에는 한인사회를 알리는 글을 트리뷴지에 기고하기도 했다.
캐톨릭 수녀들이 운영하는 머시 병원 약국에서 33년간 근무한 그는 은퇴후에는 줄곧 글을 쓰며 시카고 한인 이민사 강연, 자료정리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왔고 현재 전라북도 고창 고향을 소재로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한다.
“아마 오랫동안 시카고를 그리워할 것 같아요. 생각할때마다 가슴이 아려오겠지요. 떠나기전 매일 아이스크림 장사를 기다리던 동네 꼬마 녀석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가려고요.”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가 있는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는 이기춘씨는 시카고에서의 정겹고 아름다운 추억을 마음속 깊이 차곡차곡 묻어두는 듯 했다.
<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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