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훈의 생각해 봅시다]
▶ 이성훈<치과의사>
한국사람들은 정이 많다. 예로부터 지나가던 나그네가 하룻밤을 묵고 갈 수있게 대문을 기꺼이 열어주고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도 밥까지 먹여 보내던 민족이다. 연중행사가 되어버린 수재민 돕기 모금에 유치원 학생에서 경로당 노인들까지 발벗고 나서며 나라의 금고에 돈이 바닥나자 너나 할 것 없이 손가락에 금가락지까지 벗어가며 나라를 살리는 민족이다. 같은 핏줄을 가진 단일민족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오 천년 기구한 역사를 어깨를 비벼대며 좁은 땅덩어리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우리는 확실히 여느 나라 국민들보다 끈끈한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부자도 아니고 힘도 세지 못한 우리나라가 긴 세월 동안 외세에 위기 속에서도 오늘날까지 자주국가로서 떳떳할 수 있는 저력은 한국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우리들만이 통하는, 가슴 뭉클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바로 한국사람들만의 정 이 아닌가 싶다. 타민족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미국에서 한국사람들간의 정은 우리들에게 좀 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외국에 나가서 한국사람을 만나 반가워 부둥켜안고 울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나갔지만 그래도 우연히 길을 가다 지나치는 다른 한국사람들에 조금이라도 더 눈과 귀가 솔깃하게 마련이다. 어머니의 나라를 떠나와서 타향살이를 하는 교포들에게 서로가 도와가며 살아가야 하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이 많다는 것은 흠이 될 수 없는 좋은 품성이다. 그러나 드물지 않게 가끔, 이것이 약점이라도 되듯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편리한 도구로 이용하는 한인들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빠짐없이 요구되는 필요한 서류들과 같은 합법절차를 한국사람들끼린 대충대충 은근히 넘어가기를 원하는 식의 요구를 하는 한인들을 접할 수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거늘 상대방에게 쾌쾌 묵은, 요즘엔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식’일처리를 강요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를 목격할 수 있다. 대강대강 편법을 써서 지은 새 건물과 한강다리가 무너지고 멀리 내다 보지 못한 정치에 나라 살림이 기우는 경우를 생생하게 기억하면서도 한국을 떠난 이 먼 곳에서도 그 망국병을 목격할 수 있다. 마치 그것이 무슨 한국인들만의 미덕이나 되듯 챙피한 모습을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알게 모르게 가르치기도 한다. 원리원칙대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융통성 없이 미련하고 동포에게 매정한 사람으로 매도당하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같은 한인들끼리 의지하며 도와가는 참모습이 이러한 비리적인 모습은 절대 아니다. 다른 민족사람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이런 모습들은 결국 언젠가는 미주류사회에 진출해야만하는 우리의 이민차세대들의 발목을 붙잡는 족쇄밖에는 될 수 없다.
우리가 대한민국사람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이유는 큰일이 닥쳤을때 언제나 그랬듯이 솔선수범하여 뭉치고 한식구처럼 서로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동포애이며 끈끈한 정이지 법과 질서를 넘나드는 노하우를 다른나라 사람들보다 많이 알아서가 아니다. 구시대의 썩고 냄새나는 한국병은 이제 그만 뒤로하자. 어차피 원래 원칙대로 딱딱하게만 살자고 맘먹어도 우리는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지 않은가?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보다 무서운게 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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