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1일이면 추석이다. 가을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추석이라기보다는 주부들의 고달픔이 시작되는 추석이란 인식이 너무나 팽배 되어 있는 추석이다. 우리 엄마가 큰 집의 맏며느리라 명절이면 어떤 의례절차가 있는지 너무나 잘 안다. 일주일 전부터 장을 보기 시작하고 몇 일 전부터 음식을 하기 시작하고 전날에는 딸인 나도 일명 전순이가 되어 하루종일 부침개를 부쳤다. 엄마가 준비해둔 부침개를 부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갔다. 그리고 당일에도 아침부터 차례 준비에 손님 맞이에 하루종일 부엌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모습을 30년간 보고 자랐다. 결혼 전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할까 고민할 때, 고려되는 점 중의 하나가 맏이가 아닌 사람을 찾는 거였다. 엄마가 맏며느리로 너무 고생을 하신 모습을 보고 자란 탓에 피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난 지금 맏며느리, 아닌 장손의 아내가 되어 있다. 결혼한 지 3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 한번도 명절을 지내보질 못했다. 여기 이곳에 달랑 둘이 와 살다 보니 명절을 명절답게 지내보질 못했다.
명절이 다가오면서 한국에서는 몇 해전부터 새로운 마케팅이 생겼다. 명절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부들을 위한 상품, 온천관광 상품권이다, 꽃 선물이다, 주부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다. 명절이 오는 것이 싫다는 주부들이 그 만큼 많고 아직도 우리 엄마가 지내 온 명절처럼 가족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주부들, 며느리는 부엌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일거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우리집에 온 손님을 주인인 내가 대접하지 않으면 누가 할까, 보통 친구들을 초대하고도 주부들은 그만큼 바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추석이 오고 설이 오면 더욱더 가족이 그리워진다. 고생이라 생각됐던 그 모든 것들이 그립다. 지금쯤이면 쌀가루를 빻고, 깨며 밤이며 고물을 만들어 송편을 빚을 텐데
한동안 못 만났던 가족들, 친척들과 둘러앉아 송편을 빚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며 집안이 떠내려가라 웃음꽃을 피울 텐데. 명절이란 것도 결혼 전과 결혼 후가 다른 것 같다. 사실 결혼 전에는 명절이 나의 일이 아니라 엄마의 일이라 그저 주변인에 불과했지만 결혼 후에는 정말 나의 일이 되어 한 가운데에서 명절을 바라보게 될 것 같다. 가족이란 사회 속에 들어가 하나의 일원이 되는 통과의례 중 명절이라는 것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올 추석에는 쓸쓸하지 않게 송편이라도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어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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