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곧잘 하는데 영어가 문제”- 자녀의 SAT 성적이 나오면 많은 한인 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걱정이다.
특히 새학기를 맞아 자녀가 12학년이 되는 부모들은 지금쯤 가슴이 답답하다. 대학원서 제출은 3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아이의 SAT 성적이 생각처럼 쑥쑥 올라가 주지 않기 때문이다. 첫 아이가 이번에 12학년이 되는 자영업자 K씨도 그런 케이스.
“수학 점수는 괜찮은 편인데 영어 점수는 600 선을 겨우 넘나들어요. (아이가)미국에서 태어나서 프리스쿨부터 미국교육을 받았는데 왜 영어가 뒤지는 걸까요”
그는 “집에 오면 아이들에게 한국말만 쓰도록 했는데 그게 무슨 영향을 미친 걸까”를 요즘 곰곰이 생각 중이다.
일반 미국 가정 자녀들에 비해 한인 가정 자녀들은 수학과 영어 점수 격차가 큰 것이 사실이다. SAT 주관처인 칼리지 보드의 발표를 보면 2003년 전국 고교 졸업생들의 SAT 평균성적은 영어 507점, 수학 519점으로 두 과목 사이의 점수 차이는 12점이다.
반면 주로 한인 학생들인 SATII 한국어 응시 학생들의 평균 성적은 영어 522점, 수학 649점으로 과목간 점수 차이가 무려 127점이나 된다.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등 SATII의 다른 외국어 응시생들과 비교해 볼때 한국어 응시생들은 수학은 최상위 수준인 반면 영어는 최하위 수준이다.
한인 학생들은 왜 이렇게 영어 성적이 낮은 것일까? 부모와 영어로 대화하지 않는 것이 부분적 이유는 될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통해 어려운 어휘들을 배우는 데 이민1세 가정 자녀들에게 이런 경험은 흔치 않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한인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LA의 한 초등학교 백인 교사의 지적이다.
“미국 가정에서는 저녁 식사 때마다 말이 많아요. 다양한 주제를 놓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 지를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토론하는 게 몸에 배었지요. 한인 가정에서는 토론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언젠가 그 교사가 한인 학생들에게 한국전쟁 중 가족들의 경험을 소개하는 숙제를 내주었을 때였다. 아이들이 부모나 조부모의 경험을 너무 모르는데 그는 놀랐다고 했다.
“한국전은 한인들에게 중요한 사건인데도 부모와 아이들이 한번도 그런 주제로 얘기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더군요”
한인부모와 자녀들은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눌까. “숙제했니?”“몇 점 맞았니?”“밥 먹어라”수준의 빈약한 어휘만 주고받는 것은 아닐까. 단지 이중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 점수가 낮은 것은 아닐 것이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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