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날 이였다.
자욱한 안개에 쌀쌀하게 겨울을 재촉하듯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새벽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버스로 출근하는 아침,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옆에 앉아있는 대학생인 듯한 동양 여자가 읽고 있는 무언가에 시선이 와 닿았다.
언 듯 반갑기도 한,… 그렇지만 그녀가 나와 비슷한 전공 내지는 치과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호기심에서 궁금한 마음으로, "Are you studying to be a Dental Technician or a Dentist?" 하니까 "I’m studying to be a Dentist."
그래서 "Oh! That’s nice. I’m a Dental Technician."하고 나를 소개하게 되었다. 그러면 너는 동양인 같은데 하고 말을 끌고 있으려니까 그녀는 한국 사람이라고 말을 하고는 손가락으로 동쪽을 가리켰다.
"오! 그래, 나도 그곳에 사는데,…너의 이름은 ?… 안젤라 . 어머! 나도 안젤란데!"
우리 둘이는 어느새 전공 내지는 이름, 사는 곳 등등이 비슷한 사람들임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이웃집 사촌쯤 되는 사람들로 된장국과 김치, 빈대떡을 만들어 나눠 먹으며 우정을 키웠다. 그녀는 혼혈아로 동두천에서 이름 모를 흑인 아버지의 피를 이어 태어난 슬픔을 안고 있었다. 열두 살에 미국으로 입양된 슬픈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 가슴이 들쑥날쑥 벅차기만 했다. 그녀는 입양이란 그녀의 어머니가 불가피한 선택이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첫째는 굶주림에서 배불리 먹이게 하기위해서, 둘째는 한국 사회에서 천대와 멸시로 놀림 당하는 어린 아이의 슬픔을 극복해 주기 위해서, 셋째로는 부잣집에 입양되니까 사랑 받고 공부할 수 있으며 혼혈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살게 해 주기 위해서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가 입양한 가정은 이 세 가지의 조건중에 단 한가지도 채워주지 못했다.
양 부부는 맞벌이 가정인데다 양부는 중국인이고 양모는 아일랜드 여자로 그들은 서로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부의 불화로 중국인 남편을 싫어 하다보니 동양인 딸마저 자기 남편 대하듯 구박을 받기 일수였고...
그러나 그녀는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은행에서 융자를 내어 대학을 졸업하게 됐다.
그리고 멋지고 잘 생긴 흑인 풋볼 선수와의 만남으로 그녀의 인생은 새롭게 출발하게 된다.
그녀는 한 남성의 마음속에 입양된 여자 아이로 거듭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가 기대하던 딸아이의 세가지의 조건이 남편의 사랑 속에서 이루게 된다. 여자의 운명은 질그릇과 같아 쉽게 부서지기도 하지만 그 질그릇를 다듬고 보듬어 주면 빛나고 아름다운 그릇이 된다. 그러면 오래도록 익숙한 그 빛깔과 모양으로 가정에서는 아름다운 파수꾼이 되어 좋은 아내로 성장하게 된다.
세상의 하늘을 파란 물감으로 색칠한 마음처럼 살 수 있었던 그녀에겐 결혼은 이처럼 인생의 활력소로 작용됐다.
좋은 친구, 좋은 이웃, 좋은 부모, 좋은 배우자 ,좋은 지도자등 좋은 만남을 기대 하는 것은 공통된 인간의 바램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사랑의 비밀은 우연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려웠던 시간 앞에 굴복 하지 않고 전진하며 성실하게 살아왔고 그런 노력의 결실은 태평양 하늘에 긴 나래를 우아하게 펼친 한 마리의 평화로운 비둘기로 변신해갔다.
하나밖에 없는 딸 티에나에게 "세상에서 제일의 것으로 …". 라고 말하는 그녀의 입술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그녀의 행복한 얼굴에는 수정같이 맑고 크리스탈 같은 모습처럼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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