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과의 하룻밤 섹스라는 에로틱한 환상을 아름답고 그윽이 포착한 프랑스 영화다.
도심의 시로 고독한 분위기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 개인이 바람처럼 부는 운(명)에 속절없이 스스로를 맡기면서 경험하게 되는 흥분과 무한한 가능성의 이야기다.
짧은 만남과 사랑과 섹스와 임무 수행에서 느끼는 만족감 그리고 상쾌한 목욕이라도 한 듯 찾아드는 해방감이 자유로운 영상미에 의해 낭만적으로 표현된다.
지극히 간단한 줄거리와 극도로 절제된 대사의 영화로 카메라가 주인공들의 사고와 감정을 외부로 노출시키는 은근하게 매력적인 작품이다.
로맨틱한 도시 파리의 겨울 저녁. 중년의 문턱에 선 로르(발레리 르메르시에)가 아파트의 짐을 꾸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로르는 내일이면 애인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이사준비를 마친 로르는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약속장소로 차를 몰고 가다 엄청난 교통대란 속에 갇힌다.
로르는 지하철 파업에 따른 교통대란을 잊고 차를 몰고 나온 것인데 로르가 차안에서 꼼짝달싹 못한 채 보고 듣는 밖의 광경과 음향을 잡은 카메라와 음향효과와 음악이 서정적이요 생동감 있다. 라디오에서는 차가 없어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라는 방송이 나오는데 로르의 차로 묵직한 몸집에 어디서 도망 나온 듯한 분위기를 지닌 장(뱅상 랑동)이 다가온다.
로르가 장을 차에 태우면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는 하룻밤 감정과 육체의 고삐 풀린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는다. 내일이면 혼자 누리던 자유와 작별해야 하는 고독하고 절박한 로르와 과묵하고 피곤해 보이는 정체불명의 장은 교통대란이 주는 좌절감과 권태에 자극을 받아 싸구려 호텔로 들어간다.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곳에서 즐기는 에로틱한 애무와 키스와 성애를 카메라가 치장 없이 사실적으로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그들은 섹스 후 인근 식당서 식사를 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온다. 이런 과정이 감정이나 감상을 배제한 채 담담히 그려져 남의 일 같지가 않게 느껴진다. 로르가 즐기는 철저한 자유와 모험 그리고 운에 대한 도전이 달콤하다. 마침내 새벽이 온다.
인적 없는 거리로 나서는 로르에게서 무한한 해방감을 본다. 그리고 온기를 느끼게 된다.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지녀 강하게 빨려들게 되는데 지극히 평범한 모습의 두 배우의 자연스런 연기가 좋다. 스산한 공허감과 우연을 기다리는 조바심 그리고 부끄러움 없는 에로티시즘을 꾸밈없이 민감하게 이야기한 여류 감독 클레어 드니의 인간의 사고와 감정 통찰력이 절실하다.
성인용. Wellspring. 파인아츠(310-652-1330), 에드워즈 팍 플레이스(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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