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같은 세상에 웬 양반타령이냐고 할지는 몰라도 우리네 선조들은 ‘접빈객 봉제사(接賓客 奉際社)’라 하여 이를 양반의 도리로 생각할만큼 중요시했다.
접빈객 봉제사란 손님을 잘 접대하고 제사를 잘 모신다는 뜻으로 그만큼 손님 접대에 공을 들였던 조상들의 마음씀씀이를 엿볼 수 있는 문구이다. 이 같은 미덕은 전통으로 이어져 지금도 우리네 삶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미풍양속이 되었다.
26일 하와이 국악협회는 지부장 취임식 및 디너쇼를 위해 한국에서 귀한 손님을 초빙하여 큰 잔치를 벌였다.
잔치란게 많은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고 거기에 상다리가 휠 정도의 푸짐한 음식상까지 차려지면 금상첨화인 법. 이날 공연은 이런 잔치의 인심과 여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었기에 설레임으로 공연의 시작을 기다렸다.
드디어 공연 시작.
국악만을 고집하며 4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이춘희 명창과 임이조 명무의 수준높은 공연에 하와이 동포는 뜨거운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귀에 익은 가락에 어깨춤이 덩실덩실 절로 쳐지고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소리 낮춰 따라 부르기도 했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어깨선과 버선곳이 어우러져 들썩거릴 때 객석은 넋을 잃은 듯 정적에 빠져들기도 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아리랑 가락에 실어 한 마음으로 열창할 때 장내는 진한 감동의 물결로 달아올랐다. 실로 성공적인 행사였고 다시한번 더 듣고 보고픈 감동의 무대였다.
그러나 초청한 손님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무대와 음향시설, 공연 부분부분 매끄럽지 못한 진행. 게다가 음악준비 소홀로 빚어진 어이없는 실수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물론 국악협회 지부장 취임식을 위해 먼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국악계의 원로들을 당황하게 만든 이번 공연의 옥의 티였다.
다행히 취임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잔치여서 서로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조금만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더 멋지고 흥겨운 공연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그래서인지 더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국악협회 하와이지부는 이번 공연으로 하와이 한인사회에 국악을 알리는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미주에서는 뉴욕에 이어 두번째로 설립된 국악협회 지부를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번 공연을 통해 국악에 대한 동포사회의 갈증과 애착을 엿볼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되었다.
국악이란 것이 생소하고 막연한 음악의 한 장르가 아니라 삶의 애환을 노래와 몸짓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제 국악에 대한 불씨는 막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불씨를 어떻게 커다란 불꽃으로 승화시키느냐는 우선 국악협회의 몫으로 남겨졌다. 커다란 불꽃을 피우기 위해 많은 마른 나무장작이 필요하듯 국악협회의 다채롭고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하와이 한인사회를 뛰어넘어 지구촌 가족 모두에게 사랑받는 국악의 불꽃이 이곳 하와이에서 활활 타올랐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취재부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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