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게 어디에 있지? 외출을 서두르다 말고 책장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한 번 훑어 보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다시 찬찬히 위아래를 살펴본다. 아! 여기에 있었구나! 반가운 마음에 재빨리 꺼내 든다. 작은 내 손가방에도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의 이 책의 제목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다. 재작년 어느 여름 날, 읽을 만한 책이 없냐는 나의 물음에 동생은 선뜻 자신이 절반 정도 읽던 책을 빌려주었는데, 읽고 또 읽느라고 아직까지 돌려주지 못했다. 그나저나 미국까지 들고 와 버렸으니 완전히 책 도둑이 돼버렸다.
아침에 학교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읽기 시작하여 하루종일 손에서 놓치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 읽어버린 이 책의 주인공 모리 슈워츠와 미치 앨봄은 교수와 제자 사이이다. 모리는 루게릭 병-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이 병을 앓고 있다-이라고 알려진 근 위축성 측색 경화증에 걸리기 전까지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평생 사회학을 가르친 노교수. 병든 후 쓴 아포리즘을 계기로 ABC TV의 나이트라인 에 출연하면서 미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고, 또 그것으로 20년 전 제자 미치와 재회하게 된다. 죽음을 눈 앞에 둔 노은사와 대학 졸업 이후 일과 출세를 위하여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인간답게 살기로 한 약속을 잊어버리고 세상이 요구하는 가치와 문화에 얽매여 살아온 한 제자는 1주일에 한 차례씩 마지막 수업을 갖는다. 수업은 화요일마다 아침 식사 후에 시작되었는데, 주제는 인생의 의미 . 사랑, 일, 공동체 사회, 가족, 나이 든다는 것, 용서, 후회, 감정, 결혼, 죽음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주제들이 논의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강의는 겨우 몇 마디 말로 끝나버린 아주 짧은 강의였다. 졸업식 대신 장례식이 치러졌고, 졸업시험대신 미치는 긴 논문을 제출했는데, 그 논문이 바로 이 책이다.
굳이 세어보진 않았지만, 대략 짐작으로 대 여섯번은 족히 읽은 것 같은데, 매번 읽을 때마다 내 마음에 새겨지는 글귀는 다르다. 이번에는 다음 문장이 내 생각을 오랫동안 사로잡았다. 의미 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느라 분주할 때조차도 반은 자고 있는 것 같다구. 그것은 그들이 엉뚱한 것을 쫓고 있기 때문이지. 자기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바쳐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헌신해야 하네. (모리 슈워츠). 내겐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분주하게 쫓고 있으나 의미 없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을 위해 나의 삶을 진정으로 바칠 수 있는가? 나에겐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고 헌신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결코 짧은 시간에 답을 내릴 수 없는 무거운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느새 머리는 조금씩 아파오고, 그저 고개를 흔들며 이런 무거운 주제들을 떨쳐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저 묻어둔다고 묻혀지는 문제가 아니기에 아니, 어느날 갑자기 여지껏 살아온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허둥대며 당황하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조금은 골치 아픈 고민을 시작해야겠다, 모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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