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쇼의 왕’으로 불리는 로이 혼이 자기가 키운 호랑이에게 물려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 사건은 정말 뉴스다. 로이 혼의 호랑이 쇼가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인기 있고, 33년의 최장수 쇼이며, 그가 최고의 출연료(5년에 5,800만달러)를 받아서만이 아니다.
그는 미국 동성연애자들의 꿈이며 존경이고, 세계 마술사협회로부터 두 번이나 ‘올해의 마술사’로 뽑힌 쇼계의 신화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랑이들과 5,750회나 무대에 섰으나 한번도 사고가 없어 ‘라스베가스의 불가사의’로 일컬어져 왔다. 그런 그가 호랑이에게 물렸으니 이 사건 자체가 불가사의한 뉴스가 되어 버렸다.
로이의 호랑이 쇼 정식 명칭은 ‘지그프리드 앤드 로이’로 되어 있다. ‘지그프리드’는 그의 파트너이며 40년간 싸우지 않고 동거생활을 해 ‘게이’ 세계에서는 이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꼽혀져 왔다. ‘지그프리드 앤드 로이’ 쇼는 105달러나 되지만 그것도 몇달 전에 예약해야 가능할 정도다. 베가스에서 돈주고도 못 사는 표가 벨라지오의 ‘O’, 시저스팰러스의 ‘셀린 디온’, 그리고 미라지의 ‘지그프리드 앤드 로이’ 쇼다.
로이의 쇼에는 600킬로나 되는 흰 호랑이와 흰 사자가 20마리나 무대에 등장하며, 이들이 포효하면서 복종하는 장면과 그의 매직에 의해 호랑이들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신출귀몰은 보는 사람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로이는 60마리의 호랑이와 사자, 표범을 기르고 있으며 파트너인 지그프리드는 동물과는 관계없는 일반 연예인이다.
’로이’라는 마술사에 관해 나는 좀 관심이 있다. 그의 뛰어난 마술이나 신비한 흰 호랑이 때문이 아니다. 그가 어떻게 맹수와 대화할 수 있느냐의 커뮤니케이션 비결 때문이다. 맹수와의 대화 비결은 인간의 대화 비결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 비결이 항상 궁금했다.
어느 날 그 비결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2년 전에 ‘지그프리드와 로이의 세계’라는 이들의 자서전이 출판되었는데 이때 로이가 TV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하여 자신의 맹수와의 대화 비결을 밝혔다. 비결은 이렇다. 자신은 맹수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보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기가 동물이 되어준다는 뜻이다. 그러면 저쪽(맹수)에서도 자기를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두발 달린 호랑이로 생각해 친구처럼 지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만약 호랑이나 사자가 적의를 품을 때는 눈빛을 보면 당장 알 수 있다고 했다.
인상깊은 이야기였다. 그의 맹수 이해론이 조금 더 나아가면 호랑이도 이성이 있다로 발전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서커스단에서 호랑이나 사자가 조련사를 물어 죽이는 사고는 왜 일어나는가.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채찍으로 훈련시켜서 그런가. 맹수도 개처럼 집에서 기를 수 있단 말인가. 맹수에게 ‘인격 존중’이라는 단어가 과연 가능한 것인가 등등 의문이 좀 남았지만 로이가 그와 같은 자세로 33년간 무사고로 맹수들과 쇼에 출연해온 것만은 사실이니까 그의 말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7년 키운 ‘몬테코어’라는 호랑이가 그를 물어 치명적인 중상을 입힌 것이다.
이 사고 때문에 260명이나 되는 쇼단원들이 실직자가 되었고, 4,000만달러짜리 맹수 출연을 위한 극장도 무용지물이 됐고, 미라지 호텔측은 연간 1억달러의 수입을 손해볼 입장이다. 문제는 로이가 호랑이를 너무 믿은 나머지 만약에…에 대한 대비를 전혀 고려치 않은 사실이다. 호랑이를 맹수로 생각지 않고 지나치게 의인화한 데서 온 비극이다. 호랑이는 역시 호랑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이기는 하지만 이성이 없는 동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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