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주지사 리콜로 한바탕 정치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더니 지난 주에는 난데없이 본국의 ‘신임 투표(대통령)바람’으로 국민들이 헷갈리고 있다.
겉은 그럴듯하지만 이를 ‘국민이 원치 않을 경우 깨끗이 물러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고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과거에도 신임을 묻겠다는 명목으로 정적을 제거하고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했던 독재자들은 한 둘 아니었다. 마오 쩌 뚱이 그랬으며 박정희 정권이 그러했다. 특히 마우 쩌 뚱의 경우는 체제 비판을 강압하다시피하여 정적들을 숙청했던 고단수 정치가였다.
민주주의와 독재의 차이는 민의(民意)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 체제 속에서도 독재는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고,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도 다수 정치는 얼마든지 이루어져 왔다. 흐루시초프 이후의 러시아는 다수 정치로 전환, 민주화가 이루어진 반면 마오 쩌 뚱, 김일성 일인 독재로 이어져온 중국과 북한의 민주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남한의 경우도 겉은 민주주의였지만 속은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독재의 뿌리가 아직도 걷히지 않아 정치가 무슨 철권을 휘두르는 특권인양 착각하는 풍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군정시대가 막을 내리고 민간정부가 경제 폭풍에 휘말리자 일부 국민 사이에서는 과거 군사정권을 그리워하는 정서가 형성되기도 했다. 독재에 길들여졌던 정서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란 쉽지 않다.
이번 노대통령의 재 신임 의지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리콜’과는 차원이 달라도 한 참 다르다. 대통령 불신에 대한 민의가 형성되면 탄핵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법,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의 의지를 좌지우지 하려는 자세는 무언가 한참 거꾸로 되어 가고 있다. 일시적 민심을 가라앉히려고 고단수 술수를 쓰는 것은 독재로의 회귀나 다름없다. 지도력에 한계를 깨달았으면 깨끗이 사임하면 되는 것이고, 민심을 읽지 못하겠다면 지도자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한국정치는 특수하다. 분단의 아픔속에서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했다. 특수하기 때문에 온갖 부정부패, 패거리 정치, 독재도 통할 수 있고 모호한 불협화음 속에서도 여전히 굴러갈 수 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 만만치 않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반미 정서등 외교적 혼란이 극에 처한 상황에서 주도권 잡기 술수로 밖에 볼 수 없는 ‘재신임’운운 등은 한국 정치의 한심한 단면을 다시 한번 드러낸 아연실색이 아닐 수 없다.
캘리포니아의 주지사 그레이 데이비스가 미 헌정 사상최초로 퇴출(리콜)당하는 망신을 겪었다. 그러나 그의 패배 연설은 의연, 당당했다. 민의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는 과연 의연 당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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