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모자챙 밑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제법 따갑게 비쳤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마음의 여유를 누리고 싶었다. 걷기 쉬운 히든밸리 탐방로와 바커댐, 키스 뷰 부근의 탐방로를 따라 걸었다. 탐방로를 놓치지 말라고 곳곳에 작은 바위나 나무 둥치로 친절하게 표시해 준 따뜻한 손길이 고마웠다.
공원은 한가로웠다. 호수처럼 파란 하늘과 넓게 펼쳐진 황무지 사이에서 잠시 혼자가 되어 걸었다. 사방은 끝이 보이지 않는 모하비 사막이다. 이곳을 사막 대신 황무지라고 부르고 싶다. 널따란 황무지에는 유카 식물과 조슈아 트리가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다.
곳곳에 일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는 나지막한 바위산들도 둥글둥글한 기암으로 나를 바라본다. 상상도 어려운 일억 년의 시간. 경전에 기록된 데로 물을 한곳에 모아 뭍이 드러나게 한 일억 년 전은 아담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이다.
마그마가 분출되어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가 곳곳에 만들어졌다, 바람과 비에 의해 거대한 바위들은 절리를 따라 금이 가고 풍식되면서 기괴한 형상의 바위가 되었다. 장구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자기 모습을 가꾸고 있는 것이 새롭다.
흘러내린 모래 위를 맨발로 걸어보았다. 발에 밟히는 모래알에도 일억 년의 시간이 그대로 담겨 있다. 어지러운 발자국 위에 나의 맨발 자국을 보탰다. 발걸음에 따라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몸은 더운데도 마음을 청량하게 씻어준다.
야트막한 산들이 세월의 나이를 가늠케 한다. 풍식되고 바람에 퇴적물을 흠뻑 받은 산은 어린나무들의 뿌리를 포용하고 있었다. 어느 곳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한쪽에서만 나무들이 자라고, 반대편은 아직도 둥근 바위들이 걸쳐진 민둥산의 모습이다.
조슈아 트리는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트리라고 부르지만, 나무가 아니고 유카 식물의 일종이다. 이들은 뜨거운 햇볕과 긴 가뭄을 견디기 위해 몸의 형태마저 바꾸었다. 유카가 지상에서 몸통 없이 자랄 때, 조슈아 트리는 마치 나무처럼 몸통을 만들고 위로 뻗어 더 많은 수분을 비축하도록 진화하였다. 우기가 되면 가지는 가지 끝마다 잎을 펴고 수분을 저장한다. 그 모습이 마치 경전에 나오는 여호수아가 기도하는 모습과 닮아서 조슈아 트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황무지를 달구는 열기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가지 끝마다 잎을 내고 황홀한 꽃을 피우는 모습이 경이롭다. 꽃이 지면 씨앗을 떨어트리거나, 땅속줄기로 새순을 틔워 개체 번식을 한다.
나이테가 없어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지만, 성장한 길이로 추적하면 모하비 사막에 흩어져 있는 보통 크기의 조슈아 트리는 백오십 년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황무지의 열기와 바람을 맞으면서도 묵묵히 서 있는 조슈아 트리에 숙연해진다. 어쩌면 물이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서 이슬 한 방울, 비 한 방울에도 감사 기도를 하는 것 같다.
조슈아 트리 공원을 나올 때, 바위의 휘파람 소리와 간절히 기도하는 조슈아 트리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했다. 짧은 우리네 인생에 어려움이 있다 한들 버티지 못할 것이 무엇이냐고. 일억 년의 시간을 두고 끊임없이 자기 모습을 만들어 가는 나를 바라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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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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