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은 참으로 ‘대통령’ 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광복 이후 지금까지 존경할 수 있는 대통령을 한사람도 갖지 못한 딱한 국민이다.
초대 이승만에서부터 직전 김대중에까지 결말이 좋은 대통령이 없다. 집권방법도 문제려니와 재임과정에서 회복불능의 실정으로 모두 국민의 신망을 잃었다.
’정말 좋은 대통령이 없을까.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참신한 지도자는 없을까’
그런 국민적 염원 속에 집권한 노무현 정권이다. 그렇건만 출범 1년도 안돼 국민은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을 재신임하거나 불신임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내몰려 있다.
이젠 제대로 된 대통령을 가질 때도 됐건만 어찌 이리 박복한 상황이 계속되기만 하는지 국민들의 속은 까맣게 타고 있다.
더욱 기막힌 것은 그 양자택일을 대통령 본인에 의해 강요받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직에 대한 ‘리콜’은 그를 뽑은 국민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만이 ‘그만 해라’ ‘계속해라’ 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을 자신들이 물러나게 하는 일도 국민에겐 속상하는 일이다. 하물며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으로부터 ‘나를 한번 더 신임해 주던지, 아니면 불신임하라’고 강요받는 상황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겸허하게 대통령직에서 사임하면 될 일이다. 잘못이 없다면 의연하게 자신의 직분을 다하면 된다. 그것이 자신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도리요 책무다. 그 이상의 선택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상태로는 도저히 대통령 못해먹겠으니 국민들이 알아서 해라? 그것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요, ‘강짜’와 다르지 않다.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는 행동이다.
노대통령은 ‘국민 신뢰 추락’과 ‘20년 측근 최도술 비리’를 그 이유로 내 세웠다. 그러면서 야당과 일부언론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다.
집권 초기 90%대 까지 올랐던 노무현대통령 지지율은 9개월만에 10∼20%대로 추락했다. 그것은 노무현대통령 주장대로 야당이나 일부 언론이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이 현 정부를 비판했다면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좀 지나친 점이 있더라도 야당과 언론은 국정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본래의 역할이다.
국민을 뭐로 아는가. 국민은 일부 언론이나 야당이 그렇게 이끈다고 아무 근거도 없이 그냥 따라갈 바보가 결코 아니다.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겸허한 성찰 없이 그 탓을 비판하는 사람에게만 돌리는 그런 자세가 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 하락은 현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부인 못할 증거다. 지금 국민들은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조금씩 철회하면서 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인내가 이제 한계점에 육박하고 있다.
아직은 다수의 국민들이 지금 당장 그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할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건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불신임 후에 닥칠 나라의 불안정을 염려하는 때문일 것이다. 지지율이 바닥인데도 재신임율이 50∼60%에 이르는 여론조사는 그러한 민심을 설명한다.
’마음 같으면 다시 대통령을 뽑고 싶지만, 마땅한 대안도 없이 당장 물러나도록 하면 불안만 가중된다. 그러니 지금 상태가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갈 수밖에 더 있는가’
노무현 골수 지지파가 아닌 한 국민들은 대체로 이런 심정일 것이다. 그것이 ‘지지율과 재신임률의 불일치’에 나타나고 있는 국민들의 고뇌다. 따라서 여기에 재신임 정국의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
노대통령도 이 점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일국의 대통령이 그런 제안을 즉흥적으로 했다면 그건 너무 무책임한 것이며,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노무현대통령이 국민 앞에 내민 재신임 카드는 ‘정국돌파’를 위한 ‘정치적 투기’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일거에 측근들의 비리도 덮고, 정치적 입지도 넓혀 내년 총선에 대비한다? 노무현대통령 입장에서 볼 때 절묘한 수라고 생각했음직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정국이 그의 계산대로 움직일까. 국민투표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되거나 불신임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재신임된다면 그는 대통령 직을 계속 수행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신임이 측근들의 비리와 그동안의 실정에 대한 완전한 면죄부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재신임 후에도 대통령의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는 국정수행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기 않는다. 그렇다면 재신임이 곧 그에 대한 지지율 상승이나 총선 승리를 가져다 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불신임되는 경우에는 그는 여러 말 필요 없이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고 정국은 새 대통령 선거와 총선의 격랑 속으로 급속히 빠져들 것이다.
야당의 반대, 법적인 제한 등의 문제로 국민투표가 철회된다면 어떻게 될까. 대통령의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는 한 현재의 불안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말은 참으로 비극적일 것 같다.
어느 경우든 국민에겐 짜증나는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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