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5일부터 약 한달간 인터넷에서의 가장 큰 논란은 베리사인이라는 업체의 오류 페이지 정책이었다.
무슨 얘기인지 선뜻 감이 오지 않는 독자들이 많을 줄 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이 사건이 앞으로 인터넷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웹 사이트를 방문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http://www.beneseta.com/ 이라고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된 웹 브라우저의 주소 입력줄에 입력하면, www.beneseta.com 이라는 웹 페이지의 내용을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많은 웹 페이지를 구분해주는 것이 도메인(Domain)이라고 하는 주소 체계이다.
기술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구조를 포함하고 있지만, 간단하게 생각해서 beneseta.com 이라는 도메인 주소는 전 세계에서 오직 하나만 존재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 붐이 일었을 때 서로 도메인 주소를 선점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했던 것이다.
베리사인이라는 업체는 이러한 인터넷 도메인을 관리하는 업체이며, 도메인뿐만 아니라 안전한 통신을 보장하는 인증서 발급까지 맡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e-Commerce를 통해 비즈니스를 해볼 요량이면 알게 모르게 베리사인과 연결되게 되어있다.
지난 9월 15일, 베리사인이 시작한 사이트파인더 서비스는 인터넷에 혜성처럼 불쑥 등장해 인터넷 사용자가 주소를 잘못 입력했을 때 등장하는 친숙한 에러 메시지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404 page not found error)’를 몰아내 버렸다. 필자 역시 이 현상을 경험했는데, 처음에는 필자의 컴퓨터가 트로이안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베리사인은 할당되지 않거나 잘못 입력된 모든 도메인 명에 대해 제어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베리사인이 정부가 승인한 도메인 등록기관이며 닷컴(.COM)이나 닷넷(.NET)으로 끝나는 도메인 명을 통합 관장하는 최상층 트래픽 처리 기관이기 때문이다.
대개 웹 브라우저는 전세계에 걸쳐 분포된 DNS 서버를 검사해 www.beneseta.com과 같은 도메인 명을 인터넷 주소로 번역해 낸다.
DNS 서버에는 마치 이름과 전화번호가 일대일로 표시된 전화번호부처럼 도메인 명과 인터넷 주소가 서로 연결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전에는 철자가 잘못됐든지 할당되지 않았든지에 상관없이 도메인 명이 DNS 서버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웹브라우저는 일찌기 봐온 DNS 오류 페이지를 자동으로 표시했었다.
단지 몇몇 웹 브라우저와 애드-온 프로그램만이 이런 실수를 다른 검색 페이지로 연결시키거나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주곤 했다.
그러나 새로운 베리사인 서비스는 철자가 잘못된 모든 도메인 명을 사이트파인더 검색 페이지로 연결시켜 다른 업체가 자사 브라우저에 이와 유사한 재연결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게 하거나 심지어 불가능하게까지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과 네트워크 관리자들은 베리사인의 이러한 오류페이지 서비스가 허가된 독점권을 넘어선 권한의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필자역시 같은 생각이며, 이런 방법을 통해 수익을 더 창출하려는 그들의 전략에 기가 막힐 뿐이었다.
다행히 지난 10월 3일 베리사인은 ICANN의 명령에 따라 사이트파인더 서비스를 일시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ICANN는 인터넷 도메인 등록업체를 감독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필자는 이 사건이 인터넷의 미래에 끼칠 영향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필자 역시 인터넷의 순수성만을 소중히 여기고, 그 비즈니스적인 가치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인터넷의 출발이 연구 기관을 서로 엮는 학술망으로 출발했다고는 하지만,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인터넷은 비즈니스의 거부할 수 없는 핵심으로 자리잡은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그동안 인터넷은 비즈니스의 수단일 뿐 그 대상이 아니라는 데 동의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상업적인 인터넷을 거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가 든 것이 사실이다.
물론 국가가 부여한 독점적인 권한을 이용해 합의되지 않은 서비스를 시작한 베리사인은 잘못한 것이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한 것까지 싸잡아 매도하기에는 어딘가 개운치 못하다.
(dkim@beneseta.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