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글을 쓰는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글을 통해 실존적인 절망의 그늘을 밝히고 위안을 삼으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나는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틈틈이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쓸 정도로 부지런하지도 못하다. 그러나 한밤중의 목마름에 잠에서 깨듯이, 연한 잎사귀들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한 줄기 햇빛이 어느 한 순간 날카롭게 느껴지듯이 또한 잊혀졌던 지난 일들이 갑자기 생생하게 다가오듯이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마약과도 같은 모나지 않은 일상에 빠져 즐기다가 문득 이 무엇인가?하는 물음이 들 때이다.
생각은 머무를 수 없다. 일상의 단조로운 습관에서 거리를 두는 행위가 생각이라면, 우리의 생각이 물음의 끝에 서 있지 않는 한 생각은 머무를 수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 나는 물음의 그 끝에 이르지를 못했다. 아니 그 끝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이처럼 일상과 물음 사이의 끝없는 긴장을 확인할 때 나는 그것을 기록하고 싶다. 하지만 기록하는 행위 혹은 글쓰기를 마치는 순간 그 결과는 일상이 되어버리고 다시 물음의 대상이 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무엇이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차라리 호흡과도 같은 행위일 것이다.
때로는, 현실로부터 물리적으로 떠나는 꿈을 가져 본다. 일상사의 고리에서 떠나 자유롭게 사는 꿈이야 누구나 가져 보는 것이지만, 막상 그것을 실천하기에는 버려야 할 것이 많고 인연 또한 너무 끈질기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버린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내게 글쓰기는 무엇을 버리고 어떤 것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지 묻는 의식이다.
나는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우리의 삶이 소설로 쓰여지기에는 너무 지루하거나 혹은 역설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설의 정해진 이야기를 따라가기에는 내 삶의 태도가 무척 느리거나 머뭇거리고 있다. 보다 정확하게는 머뭇거리기 보다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다. 잘 쓰여진 좋은 시는 그 얼만큼의 거리감을 깨우쳐 준다. 혹여 너무 멀리 떨어져 도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그늘 속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를 알려 준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얼마나 떨어져 있어야 가장 초점이 잘 맞는지 알아보는 나의 실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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