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벌어다 주는 돈으로 먹고 놀면서 팔자 늘어지게 골프나 치러 다니거나 집에 있는 번듯한 목욕탕은 놔두고 쑥탕이다 찜질방이다 하는 데를 찾아다니는 유한부인들도 많겠지만 무거운 이민생활을 불평 없이 짊어지고 가는 여자들이 더 많다.
길을 가다 야채가게를 들여다보면 남자보다 여자가 일을 더 많이 하고 아예 네일가게는 손톱을 다스리는 유해성분의 화약 냄새를 맡아가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자들이 일을 다 한다. 남자란 그저 종업원 출퇴근 때 운전이나 해주는 정도이니 나머지 시간을 무엇으로 메우는지 장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서양에서는 노새의 수고를 수고의 첫째로 꼽는다. 그래서 노새를 측은하게 여기고 여물도 더 많이 준다. 하지만 한국 여인들은 노새보다 더한 수고로 가정을 꾸리고 지키지만 아무도 그 수고를 고맙게 여기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가엾게 생각을 해주지 않는다. 크게 말해서 우리의 긴긴 역사를 여자들이 한스럽게 꾸려 왔다.
우리나라는 여자들이 힘든 일을 도맡아 해 온 역사라고 우겨도 어느 누구 나무랄 사람은 없다. 아이 업고 물동이 이고, 빨래하고, 땡볕에 밭일까지 한 한국의 여인들은 역사적이다. 지금도 해 저문 저녁에 부엌일까지 끝을 내면 일은 여자들이 거의 다 했는데 큰소리는 남자들이 거의 다한다. 한국 남자들 중에 수고의 문화를 몇이나 알까? 너희들이 여자의 수고를 아느냐 묻는다면 핑계는 있어도 정답은 없다.
나는 처음 만났을 때의 아내의 꿈이 무엇이었을까 더듬어 보며 이루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새벽마다 커피를 끓여 아내의 머리맡에 올려놓는다. 비교적 아내를 돕는 편이지만 그래도 아내의 일감은 나의 일감보다 언제나 많다.
왜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느냐 하고 물으면 십년 전의 대답은 “자식들에게 남겨주고 싶어서” 하더니 지금은 손자 손녀들에게 남겨주고 싶어서 란다. 나는 절반쯤의 동의로 머리를 끄덕이며 하기 싫은 일도 돕지만 일에 나선 아내는 그 힘과 인내가 경이롭다. 그러면서도 가진 것은 스스로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없다.
일을 마치면 남자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오락이나 소주잔, 아니면 휴식이나 잡담거리겠지만 여자들에게는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 일이 또 기다리고 있다. 알고 보면 팔자 좋게 골프나 치며 노는 여자도 있겠지만 실상은 일하러 세상에 왔다. 일 때문에 살아있음이 증명되는 건전한 생활 증명서인 것이다.
김윤태
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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