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을 가졌다는 사람이 누구누구를 죽여주소서하고 기도한다면 끔찍한 일이다. 마리오 푸조의 소설 ‘대부’를 보면 어느 힘없는 상인이 마피아 보스인 돈 클레오네를 찾아가 자기 딸을 모욕한 동네 깡패를 혼내 달라고 부탁한다. 돈 클레오네가 어떻게 혼내 주기를 원하는가라고 묻자 죽이지는 말고 팔과 다리만 부러뜨려 달라고 주문한다.
마피아에게 부탁하는 폭행 내용도 인정사정을 고려해 죽여달라는 것은 피하는데 신앙인이 자기가 믿는 신에게 누구누구를 죽여달라고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명해 가며 기도까지 올리는 것은 ‘기도’가 아니라 ‘저주’다. 미국 정부는 사우디의 사원에서 최근 회교도들이 유대인과 미국인을 죽여주소서라고 공공연하게 큰 소리로 기도하는 현상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사우디 정부는 전국 사원에 비밀요원을 파견해 감시한 결과 2,000명의 과격한 ‘이맘’(IMAM, 교회의 목사 같은 직책)을 해고했다. 이같은 사실은 얼마 전 CBS-TV의 뉴스특집 ‘60분’과 타임지의 9월15일자 커버스토리에도 상세히 보도되었다.
이슬람은 왜 미국을 미워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펜타곤 중동담당 차관보 윌리엄 보이킨 중장은 미국이 크리스천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이슬람이 믿는 하느님은 우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 것이 요즘 워싱턴 정가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크리스천 보수계 단체에서는 보이킨 차관보는 가장 솔직하게 이슬람을 정의했다. 그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의 대상이다라며 감싸고 있다.
부시는 이라크 사태를 테러전쟁의 연장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아랍의 회교도들은 ‘지하드’(성전)로 받아들이고 있다. 심지어 사우디의 10학년 교과서에는 유대인과 크리스천은 신의 적이며 따라서 우리의 적이다라고 정의할 정도다. 이처럼 회교 지도자들이 이라크 전쟁을 ‘지하드’로 해석하기 때문에 자살폭탄 공격 희망자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지하드’에 참가했다가 죽으면 ‘순교자’가 된다. 이슬람 교인에게 있어 ‘순교자’는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 순교자는 천당에 가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살아서 백번 착한 일 하는 것보다 죽어 순교자가 되는 것이 회교도 세계에서는 더 존경을 받기 때문이다.
회교 세계에서 지하드의 대상은 이교도, 배반자, 반란군, 강도살인자 등 네 가지다. 그 중에서도 배반자에 대한 단죄는 엄하다. 여기서의 배반자는 무슬림이면서 이교도(크리스천)에 협조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은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 당한 것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그를 배반자로 낙인찍었기 때문이며 이란의 샤왕도 크리스천 문명에 동조한 죄로 쫓겨난 것이다. 가장 최근의 대표적인 예는 미군에 협조하는 이라크 경찰을 자살폭탄 테러로 무자비하게 보복하고 있는 현상이다. 지하드에서는 여자나 어린이, 노인은 죽이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회교 과격파들은 아랑곳 않고 있다.
반면 이슬람 계율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샤리아는 자살을 중죄 중의 중죄로 간주하고 있다. 무슬림은 살아 생전에 아무리 착한 일을 했어도 자살하면 지옥에 떨어진다. 따라서 이슬람 계율 해석자인 울레마(ULEMA)나 이맘이 자살폭탄 공격을 ‘순교’ 아닌 ‘자살’로 규정한다면 중동의 피비린내 나는 참극은 막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회교 성직자들이 한술 더 떠 미국인을 죽여주소서라고 신자들이 기도 하도록 격려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부시의 줄기찬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은 문명의 충돌 길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슬람이 이라크 전쟁을 지하드로 간주하는 한 미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오히려 미국이 회교도를 위해 ‘지하드 한마당’을 깔아주는 엉뚱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너 죽고 나 죽어야 천당 간다며 몸에 폭탄 띠를 두르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무슨 수로 당하랴.
이 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