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프로젝트 대표 신 동철 목사
북한의 현 정권은 주민들을 위한, 주민들에 의한 정권이 아니라 김정일 한 사람의 생존을 위해 대다수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부도덕한 정권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은 김정일 한 사람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많은 대량살상무기들을 개발하여 주변 여러 나라, 그 가운데서도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같은 정권 하에서 신음하고 있는 주민들을 구하고 한국, 일본과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방법은 북한의 민주화뿐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북한 내부로부터의 민주화 운동은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이상론으로 들리기 쉽다. 그러므로 외부로부터 북한 국내에 자생적인 민주화 세력이 싹틀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애써 싹이 튼 운동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기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하는 인권개선 요구의 의미가 있다. 이것은 미국이 물리적, 군사적 힘으로 북한의 정권교체를 이룩하려 하는 소위 대북 강경책과는 다른 방향의 정책이다. 그보다는 훨씬 더 긴 시간을 두고 북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기다리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1970년대 초반 닉슨 대통령 시절에 시작하여 1980년대 말 부시 대통령 시절에 동구권과 구 소련의 종언으로 결실을 본 헬싱키 프로세스의 안보, 경제, 인권이라는 세 가지 의제를 대북 협상에 그대로 적용시켜야 한다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현재 북 핵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의 안전보장 혹은 북한에 대한 불가침을 5개국이 서면으로 보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다음 단계로는 아마도 북한이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 무기나 재래식 무기마저 포기 혹은 축소하는 조건으로 서방의 대규모 경제지원이 거론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1994년 핵무기 개발포기 약속을 하고도 몰래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해 온 북한을 어떻게 믿고 경제지원을 해 줄 수 있느냐이다.
이에 대한 처방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만큼 사회구조 전체가 투명해지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바로 경제지원을 하고자 하는 외부세계에서 요구해야 할 인권개선 및 민주화 보장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고, 구호식량을 지원 단체가 직접 배급할 수 있도록 하며, 외부 세계와의 인적교류, 정보교류를 전면 허용하라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는 반체제 세력의 자유활동 보장과 민주적 원칙에 입각한 다당제 선거제도의 도입을 들 수 있다. 외부세계의 경제지원은 이러한 제도들이 도입되는 속도에 비례하여 철저한 상호주의에 입각해 이루어져야만 한다.
대북 포용론자들은 북한에 대해 무조건 경제지원을 해주면 외부의 개입이 없이도 북한 사회가 서서히 이런 발전적 변화를 겪어 나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외부의 개입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한다. 과연 외부의 강요가 없어도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것인지는 지난 50년간의 역사가 답해주고 있다. 설령 그 주장이 맞더라도 북한이라는 극도의 폐쇄사회에 대해 개방과 민주화를 종용하는 외부세계의 눈과 손들은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변화의 수혜자가 대다수 주민일 수 있도록 확인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점진적 민주화를 향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 순진한 신뢰에 바탕을 둔 대북 경제지원은 그들이 말하는 소위 ‘우리 식대로의 사회주의’를 무한 연장시켜 주고, ‘미 제국주의’의 침공 가능성에 대한 대비라는 허울 아래 내부 결속용의 군비강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 될 뿐이다. 그들은 주체사상이라는 요새 속에서 이러한 집단 고슴도치의 논리를 완성시켜 왔다. 오직 자유와 민주주의만이 그 요새를 부술 수 있는 공성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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