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을 먹고 운동가방을 들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운동 후의 산뜻한 기분과 가뿐한 몸을 느끼는 것은 휴일의 여유로움에서 갖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체육관에서 돌아온 나에게 아내는 조심스레 내 얼굴을 살피며 무언가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려는 듯했다. 놀라지 말라고 하며 연신 내 표정을 살피면서…
다이애나 아빠가 죽었데요. 개스폭발 사고로… 말끝을 맺지 못하며 흩날리었다.
그 녀석이 죽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나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는 죽음, 갑작스런 죽음은 나를 너무 허탈하게 만들었다. 어안이 벙벙하고 갑자기 슬픔이 복받쳐 올랐다. 글로만 보아오던 망연자실이라는 한자성어가 바로 이런걸 말하는구나 하고 실감했다.
나는 자정을 넘긴 깊은 암흑을 가르며 캐나다 국경을 넘어 이른 새벽 뻥 뚫린 고속도로를 질주하여 그의 집에 당도했다. 그의 부인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서서 나를 바라보며 그리고 나직하게 또박또박 말했다.
참 이상한 일이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나요?
그의 부인은 실감이 안 난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몇 번이고 그가 죽었는가 하고 묻고 되묻곤 한다.
죽었나요? 죽었나요? 정말인가요? 그이가 정말 죽었나요?…
인상을 찌푸리며 세상의 온갖 의구심을 다 안은 듯한 일그러진 표정으로 묻고 또 묻는다.
남편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자꾸 허상을 잡으려는 듯한 그 부인이 정말 가련하다.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곧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나 역시 믿어지지 않지만 친구의 아내에게 나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형서는 죽었습니다!
그러니 현실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이렇게 차갑게 말을 해서라도 그를 달래고 진정시키고 싶었다. 나의 매몰찬 음성에 오열하는 부인, 땅을 치고 하늘을 원망하듯 몸부림치며 통곡하는 부인, 피를 토할 것 같은 절규.
친구의 장례를 마치고 이른 새벽 갔던 길을 되돌아오던 날, 하늘도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는지 무서우리 만치 굉음을 내며 비를 토하고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왔을까. 시야에 뿌옇게 나타나는 애처로운 친구의 모습…
그리고 몸부림치던 미망인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그 휴일은 정말 잔인했다.
명홍식/미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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