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남가주가 산불 대란에 휩싸인 한해였다. 산간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샌타애나 강풍과 온도가 높고 건조한 날씨로 산 중턱에 있는 주택가에 옮겨 붙으며 극심한 인명·재산 피해를 냈다.
지난 10월24∼25일 LA, 샌버나디노, 샌디에고, 벤추라, 리버사이드 카운티 곳곳에서 동시 다발로 발생한 산불은 연인원 수 만명의 소방관들이 사투를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비가 내린 30일 후에나 기세가 꺾였다. 근 1주일간 남가주 밤하늘을 붉게 밝힌 산불로 서울 5배 크기인 73만 에이커의 산림과 2,600여채의 주택이 소실되고 20명이 사망했다. 주정부가 집계한 잠정적인 산불피해 규모만 20억달러를 초과했다.
산불은 인종차별을 하지 않았다. 샌버나디노, 빅베어 지역을 엄습한 산불로 개인 주택, 종교시설 등 최소 6동의 한인 소유 건물이 전소되거나 피해를 입었다. 또 샌디에고 시더스 화재로 한인 주택 1채가 전소됐다.
랜초쿠가몽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클레어몬트로 번지자 이 지역 사립학교 웹스쿨의 한인 학생 20여명 등 재학생들이 한밤중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고, 화재 발생지역 거주 한인들도 친지 집으로 피신했다. 일요일이던 25일 벤추라 산불의 기세가 거세지며 118번 프리웨이가 폐쇄되자 시미밸리 일부 한인교회에서는 결석사태도 속출했다.
화재 발생지역에서 리커, 마켓 등 소매점을 운영하는 한인들은 화재 진압 이후에도 상당기간 손님이 끊겨 업소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주일 밤낮 산야를 태운 대형 산불은 심각한 대기오염까지 유발해 남가주 주민들은 눈 따가움, 두통, 호흡 곤란 등 증상을 경험했다.
극심한 피해를 입힌 산불은 피해자의 의지까지 앗아가지는 못했다.
피해자들은 불탄 주택 잔해 속에 을씨년스럽게 서있는 붉은 벽돌 굴뚝들에 꿈은 결코 죽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돌아온다 이곳은 여전히 다정한 우리 집 등 스스로 기를 살리는 문장들을 쓰며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않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운 좋게 피해를 모면한 사람들은 피해자를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한편 이번 산불은 한인사회의 삐뚤어진 성금문화를 다시 한번 드러낸 기회이기도 했다. 피해자 돕기를 명목으로 성금을 거둔 한인단체들은 대대적인 홍보를 한 후 이를 미적십자사에 전달했다. 적십자사를 찾아간 한인들은 보험이 있어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말만 듣고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또 일부 한인 인사들은 위로의 따뜻한 말 한마디 전하지 않은 채 성금을 먼저 거두러 다니다가 피해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경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