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블러바드를 지나다 보면 76가에 유독 눈길을 끄는 주유소가 있다.

큰 덩치에 기름냄새 풀풀 나는 주유소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인형을 팔고 있다. 알록달록하거나 빨갛고 노란 인형을 실내도 아닌 실외에 진열해 놓고 있다. 과연 주유소에서 인형이 팔릴까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매상이 제법 짭짤하다고 주인은 말한다. 큰길을 지나는 차들이 들러 인형을 사고, 주유하던 사람들도 잠시 인형을 구경하고 간다.

가족과 함께 차 타고 가다 인형을 본 어린이들이 조르기도 한다. 선물을 준비해야 했음에도 깜빡 놓친 귀가길 가장에게 최소한 면피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있다.

이 주유소의 상술은 ‘어떤 물건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준다. 커다란 주유소 한켠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인형 판매대는 어딘가 모르게 부조화의 조화처럼 여겨진다.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