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만 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희한한 사람들이 있다.

현상금 2만5,000달러가 걸려있다는 전단을 몸에 붙인 심상찮은 표정의 한 사나이가 입장해 일장 연설을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각종 정책, 브루클린과 할렘의 생활, 나이지리아 이민자들의 복지, 이라크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내용 등 주제가 다양하다.

빠진 이빨 탓인지 발음도 정확치 않지만 나름대로 진지하다. 같은 칸에 탄 사람들은 그가 뭘 말하고 싶은지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인다.

뉴욕 지하철은 그야말로 별별 사람을 다 구경할 수 있다. 홈리스가 가족을 먹여 살리는데 도와달라며 구걸하는가 하면 밍크코트와 모자를 쓴 멋쟁이 여성은 은근히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있다. 수명이 다된 배터리를 파는 히스패닉, 전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예수 믿으라고 외치는 사람 등등. 뉴욕에 온 친지들에게 가장 먼저 지하철을 한번 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