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철<정신과의사>
이 행팬 없는 인간아, 아-가 무신 잘못이 있다고 아를 그리 울리노. 애비가 아한테 이 새끼 저 새끼 하모, 온갖 잡것들한테 이 새끼 저 새끼로 불러데키는 기라. 니가 개떡같이 말해도 아-가 찰떡같이 알아 묵는 것 모르나. 말로 좋게 하지, 왜 알라를 섧게 하노. 우째 애비 입에서 아 보고 신물이 난다는 소리가 나오노. 할배가 뭘 아노, 제 애미. 위산과다로 배가 아파 죽겠는데. 닥치라 그만. 조동아리 종종종종 꼬매 삘라.
이상은 ‘피아노’라는 한국 비디오 연속극에 나오는 대화로써 혼자 아들을 키우는 깡패 아버지가 괜히 자기 화풀이로 아이를 꾸짖고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질러서 울며 집을 나가는 아이를 안고 하숙집 주인 할아버지가 야단을 치는 이야기다.
대가족으로 살 때는 아버지가 잘못해도 그래서 아버지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슬퍼하거나 분노에 차 있을 때, 가족이나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이웃집 사람들이라도 아이를 감싸주고 위로해 주고 아이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래서 잘못하는 아버지를 꾸짖어도 주고 하는 인간관계 속에서 억울함과 슬픔과 나름대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감싸주고 또 아버지의 고민까지도 응석으로 받아주며 야단쳐 주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그나마 어린이들의 감정적 방패막이가 되어 왔다.
그러나 요즘은 점점 핵가족 사회가 되고 또 개인주의적인 삶을 살기 때문에 한 가족에서 잘못된 일이 있어도 주위 사람들은 예의 상 모른 척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왔다. 그래서 특히 어린아이의 감정적 고민은 마음의 깊은 상처로 남아있게 되는 수가 많다.
청소년 상담실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청소년 우울증의 경우를 보면 많은 경우에 특히 남자아이들의 경우, 아버지와의 거북한 관계 내지는 무관심 또는 여러 형태의 증오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대인관계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부모님들은 이런 고민을 호소한다.
학생1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도 잘 하고 부모님 말도 잘 들었는데 고등학교에 가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방을 다니든지 저녁 늦게 들어오고, 가끔씩 술이나 담배도 하고 들어오고 해서 아버지와 갈등을 빚게 되고, 또 아들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아버지는 점차 아들에게 화를 내게 되고 야단을 맞은 아들은 더욱 심한 반발심으로 학업에 재미를 잃고 점점 삐뚤어져 나가게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어쩌다가 무사히 고등학교를 끝내고 나서 대학에 가서도 1~2년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서 부모의 신세를 지며 거의 삶의 의욕을 잃고 허송세월 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주로 목적 의식의 상실, 그리고 나는 별 중요한 인간이 아니라는 열등감, 그 외에 무언가를 좋아하는 취미나 재미감의 상실, 그로 인한 남들과의 관계 단절 같은 심리현상을 많이 보게 된다.
한 학생은 얘기한다. 아버지는 도대체 나를 전혀 좋게 생각하지도 않고 나와 같이 놀아준 적도 없고 친구들과 좀 어울려 놀 때도 친구들 앞에서도 마구 말을 해서 모욕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일종의 저주에 가까운 말들, 저 자식이 커서 뭘 할 거냐. 에이, 저런 장래성 없는 놈이 어떻게 태어났어. 이런 행동을 고치지 않을 바에야 아예 내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등의 표현은 자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인격은 인격에 의해서 길러진다. 컴퓨터가 인격을 기를 수는 없다. 이미 커 버린 자식이라도 자주 관심을 보이고 격려하고 돌보아 주는 관계는 서로의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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