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도 ‘탄핵 바람’이 불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탄핵무효 부패정치인 청산 국민행동’이 공식 출범하자 탄핵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에 맞서 조직 구성을 추진 중이다.
크게 부각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표출되던 탄핵 찬·반 양론이 집단 조직화 양상을 띄면서 한인사회가 첨예한 탄핵공방의 대리전장으로 변모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탄핵 찬반 조직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전·현직 단체장이거나 한인사회에서 내로라 하는 인사들이다. 커뮤니티에서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 인사들이다. 탄핵 찬반이 집단화하고 세력화 하는 모습을 걱정스러워하는 여론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사회정의를 위해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치하에서의 독립운동이라면 모르지만 한국의 탄핵정국에 이곳 한인들이 화합을 깨면서까지 뛰어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단체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명도를 고려할 때 그들의 행동거지는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게 돼 있다.
만에 하나 양측이 거리에서 충돌하는 상황이 전개되면 우리 모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된다. 주류사회가 커뮤니티를 어떻게 볼 것인지 생각해 보라.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미국도 아닌 한국의 정치이슈로 부모세대가 서로 삿대질하는 모습이 2세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지 상상해 보라. 과연 고요한 타운에 분란을 야기하면서까지 탄핵 찬반에 몰두해 세를 규합하고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는 것인가.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판결을 내린다 해도 동강난 타운 민심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사회는 “싫으나 좋으나 삶터의 안정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자”며 화합을 이룰 수 있지만, 한인사회는 내적 요인이 아니라 멀리 한국의 현안으로 갈등이 초래됐으니 화해를 위한 뚜렷한 방안모색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게다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감정싸움이 격화될 전망이고 한인들도 저마다 정치적 신념으로 단단하게 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소 시간이 있긴 하지만 조만간 지지 후보에 따라 한차례 치열한 갑론을박이 전개될 것이다. 그 뿐인가. LA한인회장 선거도 두 달 남짓이다. 이견이 부딪히고 알력이 가시화 할 게 자명하다.
그러니 탄핵 문제만큼은 한국민들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굳이 이곳에서 찬반 집단행동을 한다고 무게가 실리는 것도 아니다. 탄핵 찬반 조직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한인사회가 조각나기를 원치 않는 소리 없는 절대다수의 바램을 결코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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