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베이 한미노인봉사회는 재작년에 이어 올해 샌호아킨 국립묘지에 식목행사를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이헌규 영사, 전종기씨, 김경희씨, 최영삼씨, 김근태 이민사업회장, 양성덕 노인회장, 김기종씨, 조아나 셀비 위원장, 정묘환 부장.
내 무덤에 서서 울지 마오, 나는 여기 있지 않소... 나는 죽지 않았소...
샌호아킨 국립묘지에 새겨진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 충혼비 앞에 선 한인노인들은 말없이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15일 아침, 이스트베이 한미노인봉사회(회장 양성덕) 회원 7명은 I-5 고속도로 106마일을 달려 거스틴에 위치한 국립묘지를 찾았다. 이곳은 한국전 전몰장병 캘리포니아 출신 미군으로 54년 전 공산군의 침략에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빠진 한국을 지키기 위해 이역 땅에서 꽃다운 청춘을 버렸던 2천496명의 용사들이 안장된 곳이다.
2002년 샌호아킨 국립묘지에 50그루의 나무를 심었던 노인봉사회원들은 올해 다시 50그루의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이날 양성덕 회장과 조아나 셀비 알라메다카운티 노인복지위원장, 정묘환 봉사부장, 전종기, 김기종, 김경희, 최영삼씨 등은 이태리 소나무를 비롯한 묘목 5그루를 정성껏 심었다.
이날 식목행사에는 김근태 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 회장과 상항총영사관의 이헌규 교민담당 영사도 참여했다.
나머지 45그루는 다음주 중 노인회가 의뢰한 식목 전문회사를 통해 국립묘역에 심어질 예정이다. 회원들은 미리 파여진 구덩이에 나무를 심고 삽으로 정성스럽게 흙을 덮어주면서 이름 모를 산하에서 피워보지도 못한 생을 마감한 젊은 영혼들을 위로했다.
EB노인봉사회가 올해 50그루의 식목을 위해 든 비용은 모두 2천200달러. 지난해 예산난으로 식목행사가 중단됐지만 올해는 조아나 셀비 위원장이 사재를 털어 2천2백여달러를 기부, 국립묘지에 한인들의 정성을 심게 되었다.
셀비 위원장은 한국전쟁이 나던 해는 여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 입학했던 시절이라며 전쟁통에 대학을 다녔지만 지금 미국에서 살다보니 당시 내 나이 또래의 미군들은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져버렸다는 것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들이 아니었으면 한국이 존립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남의 나라를 위해 생명을 바친 그들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덕 노인회장도 노인회 회장을 그만 두어도 샌호아킨 국립묘지에 나무를 심는 사업은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인회원들은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국립묘지에서 일하는 칼라 윌리엄스 소장을 비롯한 직원들과 우의를 나누었다.
나는 밤하늘에 빛나는 조용한 별이요... 충혼비에 새겨진 위령시를 셀비 위원장이 번역해 낭독하자 회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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