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꼭두각시’인 체첸 대통령을 살해한 분리주의자들의 폭탄 시위, 스페인에서 열차를 폭파시킨 지하단체의 무력 시위, 미국인을 참수한 이슬람 과격파의 처형 시위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은 폭력 시위의 극렬한 형태이다.
수위를 조금 낮춘 폭력 시위로는 투척 시위를 들 수 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투옥됐을 때 같이 갇힌 민족대표들이 약한 모습을 보이자 교도소에 있는 인분 통을 그들에게 뒤엎은 일화가 있다. 한독당 소속 국회의원 김두한이 1966년 국회 대 정부 질의 때 정부를 비난하며 본회의장에 인분을 가져가 국무위원석을 향해 던진 것도 동류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을 거머쥐고 귀향한 브라질 팀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퍼레이드를 중간에 중단하자 환영 나온 주민들이 야유하며 돌을 던진 것이나, 조스팽 프랑스 총리가 2000년 요르단을 방문해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공격을 ‘테러’라고 규정하자 요르단 대학생들이 돌 세례를 퍼부어 부상을 입힌 것도 투척 시위이다.
수위를 조금 더 내리면 달걀 세례가 나온다. 미주한인이 1999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러 공항에 나오자 환송인파 속에 파고 들어가 근접거리에서 페인트칠한 달걀을 얼굴에 던졌다.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은 2002년 즉위 50주년 기념 순회도중 타고 있던 차에 달걀세례를 받았다.
자신의 몸을 망가뜨려 의사를 표출하는 분신 시위, 자해 시위, 투신 시위 등은 시위 대상을 해치지는 않지만 비폭력 시위로 보기 어렵다. 폭력 시위는 경중에 따라 인명살상을 부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해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뜨고 있는 촛불시위, X표시를 한 마스크를 입에 쓴 침묵 시위, 광장 등지에서 간간이 등장하는 연좌 시위, 경찰과의 대치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인간사슬 시위, 환경보호단체가 애용하는 나체 시위, 정치인들의 단골메뉴인 삭발 시위, 단식 시위 등도 폭력과는 거리가 있다. 6.29 선언을 끌어 낸 시청 앞 차량 경적 시위, LA폭동 이후 한인들이 올림픽가에서 벌인 행진 시위도 폭력을 완전히 배제했다.
대화와 타협의 문화 속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폭력 시위와 비폭력 시위 중 양자택일한다면 후자를 고를 것이다. 울분이 솟구쳐도 절제된 방법으로 표현하길 원한다. 그런데 용천 성금을 수령하기 위해 LA한인회에 온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이 물세례를 받았다. 이날 행사를 반대한 측은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의사를 표시할 수 없었는지 물 폭력을 썼다. 화풀이는 했겠지만 과연 평소 외치던 ‘대의’를 달성했는지는 의문이다.
<박봉현 미주본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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