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으로 영화 ‘범죄도시2’의 모티브가 됐던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이 국내로 송환됐다. 3년 전 “송환할 증거가 없어 못 간다”며 한국 사법을 비웃던 그가 이재명 대통령의 임시 인도 요청으로 수갑을 찬 채 돌아왔다. 필리핀 법원에서 이미 살인죄로 60년형을 선고받고도 탈옥을 시도하고 교도소 안에서 텔레그램으로 매달 300억 원대 마약을 한국에 뿌렸던 인물이다.
■불법 도박과 살인 혐의로 수감됐던 그가 ‘마약왕’으로 변신한 곳은 교도소였다. 그곳에서 만난 또 다른 동남아 마약왕 김형렬에게 유통 수법을 배워 탈옥 후 1년 만에 자신만의 조직을 꾸렸다고 한다. 박왕열은 ‘전세계’라는 닉네임으로 ‘바티칸 킹덤’이라는 하부 조직을 거느리며 재수감 뒤에도 교도소에서 마약 사업을 키웠다. 허술한 관리 체계의 필리핀 교도소는 그에게 ‘범죄 학교’이자 ‘마약 프랜차이즈 본사’가 된 셈이다.
■한국은 이미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 지난해 말 10만 명당 마약 사범은 45.3명으로 마약 청정국 기준인 20명의 두 배를 넘었다. 최근 5년간 재범률은 50.3%에 달한다. 교도소에서 유통과 제조를 배우고 나오는 현실에선 ‘수감’이 아니라 ‘연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10대 마약 사범들 사이에선 소년원과 교도소가 ‘마약 사관학교’라는 자조가 돌 정도다.
■인천구치소에서는 합성 마약인 LSD를 우표 뒤에 얇게 펴 바르는 방식으로 반입한 일당이 적발돼 재판을 받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 앞에 교정 시설은 번번이 뚫린다. 마약 사범 재소자만 모아 놓은 ‘파란 명찰방’은 마약 네트워크를 넓히고 일반 재소자들까지 범죄로 끌어들인다. 교도소 담장이 범죄를 가두는 게 아니라 키워내는 형국이다.
■마약 범죄는 단속만으로는 끊어지지 않는다. 치료와 차단이 함께 가야 한다. 법무부 교정본부의 교정청 분리·승격 방안이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교도소가 더 이상 범죄 학교라는 오명을 쓰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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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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