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터급 프로복서 출신의 활어횟집 주인 제이슨 오씨는 “운동한 사람들, 돈 없는 사람들이 자리잡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웰터급 복서출신 제이슨 오씨 ‘레돈도 왕게 하우스’오픈
‘횟집 주인으로 전향한 프로복서’.
웨스턴과 9가의 활어횟집 ‘레돈도 왕게 하우스’ 주인 제이슨 오(49)씨는 보는 순간 과거가 읽힌다. 월척도 한 손에 낚을 것 같은 주먹, 웬만한 옷은 쫄티처럼 보이는 상체 골격 때문이다.
한국이름 오광렬. 79년과 80년 한국서 웰터급 챔피언을 지낸 그는 스물 다섯이던 81년, 시합을 하러 미국에 왔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경기에 참가한 뒤 라스베가스로 가려던 오씨 일행이 마이애미 공항 이민국에 5시간동안 잡히는 바람에 베가스 시합이 취소된 것이다. 마중오기로 한 프로모터와 그렇게 어긋나 미국에 남게 된 오씨는 ‘주먹보다 돈이 급한’ 생활에 적응하면서 권투를 접었다. 그는 98년 LA에 왔고, 지난 6일 한국식 활어횟집을 차려냈다.
그러나 권투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지 2개월 28일만에 시합에 나가 우승한, 잘 나가던 젊은 복서가 글러브에 왜 미련이 없었겠는가.
“밤에 잠을 못 잘 정도였어요. 그렇지만 프로모터를 잘못 만나면 늘 돈에 속는 권투계에 회의도 컸던 터라 마음 독하게 먹었지요”
요식업은 처음이지만 ‘레돈도 왕게 하우스’는 반응이 좋다고 한다. 생선도매 사업 때 다진 라인을 통해 고품질 해산물을 싼 가격에 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기쁜 건 돈이 잘 벌려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다.
지난해 뇌졸중으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 곁을 지키지 못한 게 한스러워 “돈 벌면 노인아파트나 노인을 위한 문화공간을 짓고 싶다”고 한다. “이제 운동은 못하지만 밤 1시에 귀가해 새벽 3시 반이면 일어나 장보러 간다”는 오씨에겐 복서의 헝그리 정신, 그리고 터프함 뒤에 숨은 눈물이 배어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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