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순 <버크, VA>
메릴랜드의 어느 교회에서는 매년 장애인을 위해 봄, 가을로 행사를 갖는다.
온갖 초목이 제자리를 찾기에 한창이던 5월. 그 교회에서 제공해준 차를 탔다. 라이드로 봉사하시는 분, 그리고 청각장애자 한 분, 시각장애자 한 분과 지체장애자인 나와 또 한사람. 요사이 17년만에 부화되어 날아다니는 매미 때문에 운전하기가 고역스럽다는데 나는 자연현상이나 기상이변에는 아무런 상관을 느끼지 않고 시원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즐기고 있다.
나는 백치, 그러니까 머저리가 아닌지라 항상 생각을 하는 중에 병신이 나은가, 육체는 멀쩡한 머저리가 나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물론 이런 물음은 활기차게 살았던 지난날에는 나랑 하등의 상관없던 물음이었다.
나의 변화된 모습은 보통으로 말하자면 운명 탓이다. 그렇지만 나는 기독교적인 해석을 하고 싶다. 저주니 형벌이 거로 생각하자니 난 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고 자신한다. 그래서 나의 부족한 것을 고치기 위한 연단인 거로 감사하면서 지낸다.
나를 따라 다니는 지체장애자인 김부순, 혹은 병신인 김부순. 내가 모두랑 자연스럽게 지낼 수 없는 형편을 슬퍼하지만 그래도 난 감사한다. 정신이 똑바르게 지리해서 난, 머저리가 아니거든.
교회 행사를 가기 위해 한 차에 동승했던 사람들 모두가 육신의 한 부분이 어그러지기는 했어도 머저리는 없었다. 일제시대 때 농아학교를 다닌 탓에 일어를 해박하게 아시는 분, 보이지 않아도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와 지내는 사람, 또 나름대로 지내는 그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뭇 사람이 병신이라 격하시켜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활이다.
일단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먼 거리의 이동이 가능한 나는 약자이다. 그래서 평소에 위로의 말을 많이 듣는다. 정상적이라 생각이 드는 사람도 알고 보면 병자이고 똑바르지 않다고.
병신과 머저리의 우열을 가리다가 생긴 또 하나의 의문이다. 장애인이란 한자어를 해석하자면 우리가 사용하는 말로 병신이다. 어는 복음성가를 듣다가 병신이란 노랫말이 나오는 순간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었다. 한문은 귀족사회에서 사용되고 한글은 서민계급에서 쓰여진 때문이리란 생각이다. 장애인은 한자어니까 사용하지 말자라고 말할 수 없는 문제이다. 단지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사람을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도와주기를 바람이다. 왜?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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