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를, 애정이 없어 키울 마음이 없거나 돈이 없어 굶주리게 만들 형편인 부모가 그 아기를 버려 다른 사람이 키우게 했다면, 그 부모는 자식을 버린 비정한 사람인가 버려서 죽게 하느니 생명이나마 건지게 해준 은인인가.
이렇게 보면 비정하기 짝이 없지만 저렇게 보면 그나마 최소한의 온정일 수도 있는, 그러나 막상 당사자가 되면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같은 행위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안전한 신생아 포기법(the Safely Surrendered Baby law)’이다. 물론 이는 입양과는 다르다. 태어난지 3일 이내에 부모(보다 구체적으로는 엄마)가 포기의사를 밝히거나 아무런 의사표시 없이 병원을 떠난 뒤 일정기간 나타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양육해도 된다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오랜 논란 끝에 2001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법에 따라 ‘낳은 정’을 떼고 ‘기른 정’으로 옮겨 새 삶을 살아가는 신생아들이 늘어나고 있다. 관계기관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생아 포기법을 처음 시행한 2001년 한해동안 캘리포니아 전체에서 구체적 포기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뤄진 ‘낳은 정→기른 정’ 교체는 고작 2건. 그러나 이는 2002년에는 16건으로 무려 8배나 늘더니 지난해에는 23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유지했다. 올해 들어서는 5월말 현재 15건으로 이같은 추세라면 연말쯤 40건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또 포기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부모가 사라지는 바람에 다른 사람 품에 넘겨진 신생아는 2001년 30명, 2002년 33명, 2003년 25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10명. 이 숫자가 도리어 줄어드는 듯한 추세를 보이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신생아 포기법이 차츰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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