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SF 양궁협회장
아테네의 코리안 여궁사들이 사대에 서면 그 역시 마음의 사대에 올라선다, 아테네의 후배들이 활을 들어 과녁을 겨냥하면 그 또한 부릅뜬 두 눈으로 상상의 과녁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시위를 바짝 당긴 아테네의 태극낭자들이 발사 직전 숨을 멈추는 순간 그의 숨도 맥박까지도 멈춰서고….
대부분 그렇겠지만 그 누구보다 실감나게 아테네 태극궁사들의 살내리는 긴장과 살오르는 신명을 함께하는 ‘북가주 코리안’이 있다. 김은정(33·피츠버그·사진)씨-. 여고시절 한국 여자양궁의 기대주로 각광받았으나 세계의 벽보다 높은 한국의 벽 때문에 아쉬움속에 활을 놓아야 했던 주인공이다.
후배들이 해내니까 너무나 뿌듯하네요. 볼 때마다 ‘역시∼!’ 하는 마음이 들어요. 기록을 보니까 정말 겁없는 신예라는 말 그대로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고요.
박성현과 이성진이 여자개인전에서 금·은메달을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18일 오후, 김씨는 한껏 흥분된 목소리로 TV뉴스까지 기다릴 수 없어 인터넷에 들어가 지켜봤고 오늘도 쭉 그 이야기를 했다며 봇물처럼 소감을 쏟아냈다.
한국양궁이 그토록 강한 이유에 대해서는 천부적 자질이니 과학적 훈련이니 하는 익히 알려진 모범답안은 일단 제쳐놓고 자기와의 싸움 화랑정신 집념 등 정신적 측면을 강조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양궁과 첫 인연을 맺은 김씨는 경기도 강화여고에 재학중이던 1987년 국가대표 상비군이 돼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는 영광을 누리고 스물세살까지 경북 예천군청과 동서증권 소속으로 선수생활을 했다. 1994년 은퇴를 선언하고 결혼직후 미국으로 이민왔지만 세계정복의 꿈을 접은 데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왜 없겠어요? 좀더 할걸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지요. 김경욱 언니(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한해 선배인데 복귀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좀…
지난해 미용사 자격증을 따 일자리를 잡는 등 아내로, 두아들의 어머니로, 11년차 이민자로 베이지역에서 새삶을 꾸려가는 김씨도 다시 양궁에 부쩍 가까워졌다. 물론, 아테네올림픽 응원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같은 교회(콩코드한인침례교회)에 다니는 윌리엄 김 SF한인체육회장의 간곡한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 6월말 SF한인양궁협회 회장직을 맡았다. ‘선수 김은정’에서 ‘회장 김은정’으로 변신한 그는 사실상 이름뿐인 SF양궁협을 어떻게 탈바꿈시킬지에 대한 구상마저도 올림픽 이후로 미뤄놓은 채 후배들의 승전보를 기다리며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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