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주씨와 함께 콘서트 ‘사랑의 빛이 비칠 때’를 갖는 마가렛 이씨(가운데)와 어머니 김연주씨, 아버지 이남기씨.
“희망은 꼭 이루어진다”
“수재인줄 알던 우리 딸이…” 이남기·김연주씨 부부 헌신적 사랑
“할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끝없는 도전의 모정 30년 소망 이뤄
29일 윌셔연합감리교회 윤형주씨와 공연
29일 오후5시30분 윌셔연합감리교회에서 윤형주씨와 함께 콘서트 ‘사랑의 빛이 비칠 때’를 갖는 마가렛 이(33)씨는 자폐증과 강박장애에도 불구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꿈의 무대에 오르게 된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러나 서른이 넘어서야 세상 밖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그녀의 뒤에는 부모 이남기·김연주씨의 눈물겨운 사랑과 노력이 배어있다. 숨기면 숨길수록 딸의 상태는 더 악화돼 사회와 융화되기 힘들고, 영원히 그 상태에서 나이만 먹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고질적인 편견과 가족이 받아야할 정신적 피해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던 지난 세월을 이번 콘서트로 훌훌 털어낸 이씨 부부는 마가렛이 있어 인생이 더욱 소중하다고 말한다. “이번 행사가 많은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찾아주기 바란다”고 밝히는 이씨 부부와 긴 인터뷰를 했다.
아버지 이남기 박사는 서울공대와 조지아공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한국과학원 산업공학과 초대 주임교수 등을 역임했고, 어머니 김연주씨는 서울사대 가정학과와 FIT를 졸업하고 국민대, 중앙대, 서울대에서 의상학을 강의한 인텔리 부부다.
▲수재인 줄 알았던 우리 딸에게 정신지체 장애라니...
마가렛 이씨는 5세까지 ‘수재’ 소리를 듣고 자랐다.
가르쳐준 사람도 없는데 방송만 듣고도 어려운 가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소절도 틀리지 않고 부를 정도로 암기력이 뛰어났다. 다만 집중력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활동적이며, 흉내 내기를 좋아할 뿐 말 배우기가 더뎌 종종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해서 어머니의 걱정을 샀다.
“남편이 하는 말이 자기가 늦됐대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언어나 인지능력 발달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늦었다고, 마가렛이 자기를 닮은 것 같으니 기다리려보자고 했죠”
겉으론 태연한 척 아내를 위로했지만 아버지 이남기 박사는 마가렛이 6세 때 스탠포드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의사는 발달장애 증세를 보이긴 하지만, 약물 치료를 받아야할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1970년대 후반은 발달장애라는 개념이 분명치 않아 정확한 진단이 힘든 시기였다.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당시였기에 ‘조금 있으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 부부는 중학교까지 일반학교를 다니던 딸에게 피아노를 비롯해 수영, 테니스, 피겨 스케이팅을 가르쳤다. 의사소통이 점점 부자연스럽고 집착하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등 자폐증과 강박장애의 증상이 하나둘씩 나타났지만 이들은 애써 부인했다.
그러나 중2가 됐을 때, 이들은 딸의 정신장애를 인정해야 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이었지만 현실을 직시해야했다. 담임교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가렛이 교실에 들어갈 때 이상한 몸짓을 반복해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40분이면 끝내는 시험답안 작성을 글씨마다 덧칠하느라 답안지를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기는 스마트해도 행동은 슬로 모션’이 어머니가 표현하는 마가렛 이씨의 인상이다. 이씨는 무슨 일이든지 처음에는 너무 잘해 칭찬을 받다가도 딱 두 달이 지나면 제로상태로 돌아간다.
한 번 습득한 나쁜 버릇은 8년을 가는데, 한번은 친구에게 욕을 배웠는지 말끝마다 욕을 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또, 누군가에게 깊이 상처받은 일은 마음속에 앙금처럼 쌓여 몇 년이 지난 후에야 표출된다.
그러나, 가장 어머니를 가슴아프게 하는 건 딸과 함께 있을 때는 기도를 하면서 울 수도 없다는 것이다. 딸이 옆에서 더 큰 소리로 엉엉 울어대기 때문이다. 슬퍼서 우는 거라면 부둥켜안고 함께 울며 기도라도 하겠지만, 그냥 엄마의 흉내를 내는 것임을 알기에 더욱더 울 수가 없다.
“의사가 충고하길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옆에 있는 사람이 깜짝 놀라며 반응을 하면 안 된대요. 그냥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한다는데 말이 쉽지 어디 그게 쉬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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