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아무리 하늘을 찌를 듯한 권력도 10년을 넘길 수 없다는 뜻. 물론 예외(사례: 북한)야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보다 좀 더 오래 버틴다는 것일 뿐 ‘영원불변한 절대권력은 없다’는 진리를 바꾸지는 못한다. 한 때 천하무적의 위용을 자랑하던 대제국(바빌론·페르시아·로마)들이 지금 흔적뿐인 것과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대영제국이 현재는 껍데기만 남은 것 등 역사는 한결같이 ‘권력의 무상함’을 조용하게 웅변하고 있다.
지난 주말 스포츠 계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절대 권력 하나가 무너졌다. 골프계의 지존으로 지난 5년 이상 세계랭킹 1위를 독주하던 타이거 우즈가 꼭 265주만에 처음으로 세계 최고(1위)라는 왕좌에서 밀려난 것. 지난해부터 조금씩 하향세를 그어온 우즈를 마침내 왕좌에서 끌어내린 선수는 ‘독종 연습벌레’ 비제이 싱이다.
싱은 6일 막을 내린 PGA투어 도이체뱅크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날 우즈와 건곤일척의 1대1 한판 맞대결을 펼쳐 승리를 따내며 우즈가 연속 264주동안 굳게 쥐고 있던 세계 정상 자리도 빼앗아갔다. 골프 역사상 최장기간 1위를 고수했던 우즈는 이날 싱과 대결에서 13번홀까지 타이를 만들며 역전을 노리는 등 수성에 안간힘을 다했으나 마지막 4홀에서 버디 3개를 낚는 싱의 막판 KO펀치가 터지는 바람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근 2년여에 걸친 긴 슬럼프(?- 우즈 기준으로 볼 때)를 감안하면 우즈의 추락은 ‘올 것이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불과 3년전인 2001년 매스터스가 끝난 시점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이는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2001년 당시 전무후무한 4연속 메이저 석권의 위업을 달성한 우즈의 나이는 만 25살.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은 이때까지 무려 6개의 메이저를 휩쓴 우즈의 하늘을 찌를 듯한 권세가 최소한 10년 이상 지속될 것임을 아무도 의심치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잭 니클라우스가 보유하고 있는 최다 메이저 타이틀 기록(18)도 조만간 깨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때 우즈는 다른 선수들에 완전히 ‘오르지 못할 나무’였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은 우즈도 피하지 못할 진리였다. 우즈는 2002년 2개 메이저 타이틀을 보태며 흔들림 없는 최강자의 자리를 지켰으나 이후 다음 10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며 조금씩 흔들렸고 추격자들의 숨소리는 갈수록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싱은 그야말로 숨돌릴 틈 없이 우즈를 압박했다. 마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듯 맹렬하게 정상을 향한 대시를 계속했고 결국 ‘오르지 못할 나무는 없음’을 입증해냈다. 1위 자리가 걸린 1대1 맞대결에서 졌기에 최소한 우즈로서는 변명이나 이쉬움의 여지가 없는 결과였다. 이제는 우즈의 정상탈환 도전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김 동 우<특집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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