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가 션이 보내온 ‘결혼 하지 말라’는 글을 읽고 있다.
10년전 죽은 애인의 환생?
니콜 키드만의 심오한 연기 뛰어나
사랑의 집념에 관한 어둡고 우수에 젖은 형이상학적 미스터리이자 심리 스릴러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오멘’과 ‘로즈메리의 아기’를 연상케 되는 스산한 분위기의 영화로 보는 사람에 따라 작품의 내용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한 배경 음악과 함께 눈 내린 센트럴 팍을 두건을 쓰고 조깅하는 남자를 오랫동안 트래킹 샷으로 찍은 첫 장면부터 불길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남자는 터널에 들어가자 쓰러져 죽는다.
그로부터 10년 후. 아직도 죽은 연인 션에 대한 슬픔에 젖어 있는 미모의 애나(니콜 키드만의 심오하고 꿰뚫는 듯한 연기가 뛰어나다)는 끈질기게 구혼하는 조셉(대니 휴스턴)과 결혼키로 한다. 둘이 동거하는 애나의 냉소적인 어머니(로렌 바콜)의 고급 아파트에서 약혼 파티가 열리는데 10세난 짧은 머리에 둥근 얼굴을 한 션(캐메론 브라이트)이 불쑥 나타나 자기가 애나의 남편이라고 주장하면서 애나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애나는 션의 얘기를 처음에는 장난으로 일축하나 그가 자신의 과거를 상세히 알고 있자 아이에게 서서히 관심을 갖게 된다. 집안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애나는 션을 받아들이는데 마침내는 어린 션이 죽은 션의 환생이라고까지 믿게 된다. 애나는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화제가 된 키드만과 브라이트의 나체 목욕장면은 애나의 죽은 션에 대한 욕망으로 봐야 한다).
서브플롯으로 죽은 션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애나의 삶은 정상을 찾은 듯하나 그는 귀신 들린 여인 같은 처지가 된다. 고상하게 으스스한 작품으로 짧은 머리의 키드만의 얼굴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클로스업 등 촬영과 저세상적인 음악이 매우 좋다. 키드만 외에도 브라이트와 죽은 션의 친구의 아내역을 맡은 앤 헤이치의 연기가 훌륭하다.
어린 션은 아이의 짓궂은 장난인가 아니면 애나의 소망의 환상인가 또는 진짜 죽은 션의 환생인가. 특이한 영화다. R. 조나산 글레이저 감독. Fine Li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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