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생활의 지루함이 가끔은 주변에서 벗어나고 싶은 짜증 같은 투정을 유발한다. 이것저것 걸리고 걱정되는 환경에서 눈 딱 감고 2박3일의 골프여행을 결심했다. 추수감사절의 연휴를 핑계삼아 훌쩍 떠나는 여행이다.
일행은 4쌍의 부부 8명이다. 모두 이순(耳順)의 나이로 골프를 시작한 풋내기 골퍼들이지만 초등학교 시절에 소풍가는 기분으로 마음이 들떠있다. 미국에 이민 와서 30년 세월 앞만 보고 살아온 나날, 낮이 밤으로 밤이 낮으로 이어지는, 몸과 시간으로 싸우는 맞벌이 부부들이다. 이민살이 고생하는 당신이 안쓰러워 당신한테 미안하고 여보한테 미안한 가슴 찌릿한 사랑으로 위로해주고 실은 마음에서 이렇게 손잡고 동심으로 떠나는 것이다.
날씨도 좋고 골프장도 좋고 일행도 좋은 3박자의 즐거운 골프여행이다. 남자들 4명, 여자들 4명이 두 차에 나누어 타고 넓은 들판을 달린다. 여자는 하루에 6,000 단어 이상의 말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는데 4명의 여자들이 탄 저 차는 2만4,000 단어 이상의 단어를 터뜨리며 달리고 있는 것이다. 기름으로 바퀴가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시끌시끌 여자들의 입방아로 바퀴가 굴러갈 것이다.
오전 10시 목적지에 도착해 한 라운드를 하고 숙소로 향했다. 번개같이 저녁이 준비되었다. 갈비와 상추가 상에 오르고 육해공군 각종 반찬에 찌개도 준비되었다. ‘복분자’ 술잔이 빠른 속도로 돌아간다. 처음 마셔보는 술인데 산딸기로 만든 보약술이란다. 이 술은 남자들이 먹으면 밤에 요강을 뒤집어엎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뒤집을 ‘복’ 자에 요강 ‘분’ 이란다. 한문으로 어떻게 쓰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 밤 요강을 뒤집어엎었다는 사람은 없었다.
둘째 날도 날씨가 좋았다. 몸은 가볍고 기분은 상쾌했다. 골프는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해주는 좋은 운동이다. 저녁식사 후 가요무대 900회 기념 특별쇼 테입을 틀어놓고 돌아가면서 노래를 했다.
셋째 날이 밝았다. 비가 올 수도 있다는 예보와는 달리 날이 좋았다. 가져온 음식 모두 털어 넣고 잡탕찌개를 끓여 아침식사를 했다. 모든 음식은 각자가 ‘가죽 주머니’에 넣고 가라는 대장금의 명령이었다. 크고 넓은 호수와 오솔길을 따라가는 푸른 초원은 참으로 아름답고 훌륭했다.
일행은 서산에 한 뼘쯤 남은 해를 보며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고 워싱턴을 향해 달렸다. 창 밖은 어둑어둑 해 지면서 멀리 보이는 마을에 등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앞뒤로 달리는 차안에서는 ‘사랑의 미로’곡으로 맞춘 ‘골프의 미로’가 합창으로 이어졌다.
그토록 연습을 하건만 골프는 알 수 없어요/ 드라이버 잘 쳐 놓고서 세컨샷이 벙커인가요/ 버디 한 번 하려고 발버둥치는 이여/ 실망을 하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골프의 미로여...// 혹시나 오늘은 잘될까 희망을 가졌었지요/ 연습 퍼팅 잘 들어가서 가슴이 부풀었어요/ 이 내 작은 가슴에 상처 준 퍼팅이여/ 실수는 하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골프의 미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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