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수(왼쪽)씨 가족들이 수화로 ‘사랑합니다’를 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신효섭 기자>
농아인 부부 권기수·효순씨 가정
“장애는 틀린 게 아닙니다. 다른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처럼 장애우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불쌍한 사람들일까? 아니다. 백인과 흑인의 피부색이 다르듯 장애우도 신체나 정신 작용의 일부가 일반인과 약간 다른 우리의 이웃이다. 본보는 한국 장애인의 달을 맞아 4회에 걸쳐 우리의 이웃인 장애우들의 삶을 소개한다.
21년째 우체국 근속
가족언어는 수화
한인이웃 보이지 않는 벽
다가가기 힘들어
21년 동안 우체국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권기수씨.
그는 전업주부인 아내 효순씨와 초등학생 딸 수잔나, 3세 짜리 아들 대성이, 이렇게 네 식구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다. 한인타운에 사는 권씨의 일상은 퇴근 후 자녀의 재롱을 보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샤핑을 하는 등 평범한 한인 가장의 그 것과 다름이 없다.
권씨 가족이 여느 중산층 한인 가족과 다른 것은 딱 한가지다.
엄마와 아빠는 말을 못해 수화를 하고, 아들과 딸은 한글과 영어 뿐 아니라 수화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권씨 부부는 자녀들과는 수화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지만, 세상과는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3세 때 열병을 앓아 청력을 잃은 효순씨는 “5년 동안 한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이웃들과 교류가 전혀 없다”며 “그들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의 벽이 너무 높다”고 말한다.
가족끼리 외식을 하기 위해 타운 내 식당에 가면 종종 ‘말도 못하면서 귀찮게 왜 왔느냐’는 눈총을 받는다. 그는 “이제는 그런 눈빛에 익숙해 졌지만, 말을 못해 수잔나 학교 친구 부모들과 교류가 제한된다는 사실은 슬프다”고 덧붙였다.
한인타운에서의 삶에 불만이 있는 아내 효순씨와 달리 미국 직장에 다니는 남편 기수씨는 직장 생활에 만족한다. 농아라는 겉모습이 아닌 21년 동안 우편물을 분류한 베테런 직원으로 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권씨는 남부럽지 않은 직장과 안정된 생활, 가족간의 끈끈한 사랑 덕분에 더 바랄 것 없이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가 뿌리내리고 사는 한인사회가 그와 그의 가족을 여전히 이방인 취급해 늘 마음 한 구석이 무겁다.
그는 “많은 이민자들이 영어를 못해 주류사회에 편입하지 못하는 아픔을 안고 살 듯 우리도 단지 언어 때문에 한인사회와 하나되지 못한다”며 “색안경을 벗고 장애우를 바라보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엄마 아빠 덕분에 수화를 잘 해 베렌도 초등학교에서 인기가 좋은 수잔나는 “사람들이 엄마 아빠가 말 못한다고 무시할 때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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