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관광 동행기
할아버지·할머니 200명
나이 잊고 즐거운 한때
비가 올까 걱정돼 밤을 꼬박 새웠던 초등학교 시절 봄 소풍이 이랬을까?
28일 아침 마리나 델레이 봄나들이에 나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마음이 그랬다.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조금은 들뜬 표정으로 버스에 오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할머니, 할아버지 200여명이 LA한인회(회장 이용태)가 마련한 마리나 델레이 봄 나들이에 나섰다.
1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았던 마리나 델레이의 체이스 파크는 한인타운에서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관광버스 기분’(?)을 만끽하고 내보려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 조금은 아쉽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소풍 온 초등학생처럼 도시락 생각이 앞선다. ‘물을 달라’ ‘도시락을 먼저 먹자’고 성화다. 초청 받은 재담가 김막동씨가 노인들 불평을 무마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결국 노인들 성화에 예정보다 빨리 도시락을 먹었다. 공원 잔디에 신문지 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도시락을 먹는 맛이 봄나들이에서 맛보는 쏠쏠한 재미 중 하나다.
기다리던 여흥시간. 어수선하던 잔디밭이 김막동씨의 걸쭉한 입담이 시작되자 금새 분위기가 반전된다. 박장대소하던 할머니, 할아버지들. 여기저기서 먼저 노래를 부르겠다고 신청하는 노인인들이 분주하게 노래방 기계 앞을 오간다. 자연스럽게 몸이 흔들리더니 앞 줄에 앉아있던 할머니들이 먼저 참지 못하고 나와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이날 노인들의 봄나들이는 초등학생들의 소풍 장기자랑처럼 무르익는다.
오후 1시30분. LA로 돌아갈 관광버스가 벌써 대기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너무 짧은 봄 나들이.
“아이구 난 노래도 아직 못불렀는데… 더 있다가면 안되나?” 신청하고도 노래를 못 부르고 떠나는 한 할머니의 아쉽다고 불평이다.
버스 안에서 영어 선생 노명선씨는 “내 나이가 벌써 76인데 난 아직도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매일 노인학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미국도 가르치고 영어공부도 같이합니다”며 “오늘은 정말 우리 노인학교 소풍날이었습니다.”
아쉽고 짧았지만 소풍기분을 만끽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마리나 델레이 봄나들이. 70이 넘어도 인생은 즐겁다. 노명선 할아버지가 버스를 내리면서 다시 한마디. “나이를 생각하지 마세요. 공부도 하고 소풍도 다니세요”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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