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배우며
▶ 유설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어제만 해도 초여름 같던 날씨가 오늘은 기온이 뚝 떨어져 몹시 싸늘하다. 추위를 타는 남편에게 두툼한 자켓을 건네며 우리집 귀염둥이 강아지 뽀삐와 모처럼 온 가족이 이른 새벽 산책을 나섰다.
촉촉이 젖은 잔디밭을 밟으며 뽀삐는 발에 닿는 차가움이 싫은지 엄살을 부리느라 동그란 눈에 어리광을 담고 걸음을 주춤거리며 꼬리만 마냥 흔드느라 바쁘다. 나무마다 어린 잎사귀를 달고 집집마다 파란 초록의 정원에 예쁜 꽃들을 피우고 온 동네는 눈송이가 매달리듯 벚꽃을 한껏 부풀어 탐스러운 꽃송이를 활짝 열어놓고 벚꽃축제를 화려하게 펼치고 있다.
우리는 오솔길을 따라 속삭이듯 지저귀는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얕게, 그리고 숨쉬는 듯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가보니 졸졸 흘러내리는 물소리 너머에 파릇한 이름 모를 나물들의 새순이 흐르는 물가에 얼굴들을 수줍게 들고 있고 돌뿌리 틈새에 노랗게 피어난 민들레꽃을 보면서 생명의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도 발부리에 채이고 짓밟히면서도 파랗게 살아남은 질경이의 왕성한 생명력에 감탄한다. 생명이란 참 질긴 것이다. 꽃피고 열매 맺는 풀잎 한포기도 자기가 자라는 의미가 있듯 인간의 살아가는 데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셰익스피어는 노고지리의 노래를 그림으로 그리려다가 대문호가 되었다지만 나는 어떤 생각으로 오늘 아침 새들의 노래를 듣고 있는 것일까.
뻐근한 양어깨의 세포 마디마디가 기지개를 활짝 켜도록 열심히 돌려주며 걷는다.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삶을 살면서 오늘로 결혼 36주년 기념일이기도 한 우리 부부는 힘들고 어렵기도 했고 보람도 있었던 이민생활 33년을 회상하며 늘 건강 지켜주셔서 오늘을 살게 하시고 살아있음으로 가능성의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시는 하나님의 크신 축복에 감사의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끈끈한 정으로 마음 문을 확 터놓고 의논도 충고도 하면서 서로를 아끼는 친구가 멀리 샌프란시스코에서 날아와 함께 걷기도 하고, 잊을 수 없는 젊은 날의 사진첩을 꺼내 옛 추억을 더듬어 보면서, 젊었을 때는 젊음이 인식되지 않았지만 젊음이 가고 난 지금 젊었었구나 하는 깨달음 속에 인생을 홀로 살 수 없다는 것, 누구에게나 어울려 살던 과거가 있고 현재와 미래를 소유하고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가, 논하기도 했다.
삶은 만남의 연속이며 또 만남의 소중함을 아는 것 그것은 삶을 아는 길이라 하지 않는가.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며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어진 삶 속에 겸손의 꿈을 갖고 살아간다면 아직 우린 젊었고 또한 더 젊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섬기며 기쁨으로 감사 찬양하며 꿈을 키우는 사람은 또한 행복한 사람이리라.
유설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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