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들을 부르는 소리가 벌써 10번을 넘어간다. 50 넘은 나이에 남편이 컴퓨터 앞에 앉아 두 손가락으로 글자판을 두드리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마우스를 클릭 하는 모습이 어설프기 짝이 없다.
물품 구입서류를 작성하여 프린트해 나오는데까지 아들이면 5분 걸릴 일을 아버지는 30분이나 걸린다. 아들은 한꺼번에 더 많이, 더 빨리 가르치려고 하고 아버지는 그저 단순하게 한가지씩 만 가르쳐 달라고 한다.
자존심 때문에 나중에 배우겠다던 아버지. 하지만 아들이 몇 달 후면 멀리 떠나니 어쩔 수 없이 마음만 급하다.
아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아버지를 도왔다. 어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아들이 머뭇거리면 아버지는 큰소리부터 냈다. 그런 권위적인 명령에 이젠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가면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없겠다는 아들을 보며 결코 좋은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약은 아니다 싶기도 하다.
용돈 조금 주고 시도 때도 없이 이것저것 작성하라 하면 아들은 밤 10시가 넘어도 컴퓨터에 앉아 일을 했다. 막상 본인이 컴퓨터 앞에 앉아보니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는지 말하지도 않았는데 거금을 들여 평면 스크린을 사서 아들에게 안긴다.
아들에게 배우는 아버지의 진지한 모습과 아버지에게 가르치는 아들의 신나는 모습이다. 지난 세월 두 사람의 팽팽한 긴장을 중간에서 보아온 나는 얼마나 마음이 좋았는지. 아버지의 잔소리가 아들을 뿌리 깊고 풍성한 나무로 만들려는 바람 때문이었던 것을 아들은 이제 좀 알까.
신정남/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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