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고 50기 동기생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동문이 졸업 앨범으로 만든 액자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의헌 기자>
50년의 세월도 넓고 넓은 태평양도 고교시절 까까머리 친구들의 우정을 갈라놓지는 못했다. 17일 밤 타운 내 한 호텔, 일흔을 바라보는 노신사 20여명이 저녁 모임을 가졌다. 14명은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고, 나머지는 남가주 일대에 거주하는 한인이었다.
서울공고 50기 동기생, 입학 50년 기념해 LA 모여
한국서 ‘노신사’ 14명 부부동반해 방문
까까머리 시절 추억 씹으며 20여명 ‘해후’
두어 번 술잔이 돌자 점잖아만 보이던 노신사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걸쭉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신기하게도 노신사들은 더욱 즐거워하며 밤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들 노신사들은 서울공고 50기 동기생들이다. 입학 50년을 기념해 한국 동문들이 부인과 함께 7박8일 일정으로 미서부지역을 방문하면서 남가주에 살고 있는 옛 친구들과 자리를 같이 했다.
50년의 세월은 까까머리 고교생들을 흰머리와 대머리의 노신사로 바꿔놨지만, 해 맑던 시절 쌓은 우정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동기는 졸업앨범으로 만든 대형액자를 선물했고, LA 친구들은 한국 친구들을 환영연을 베풀고 기념앨범도 만들었다.
한국 오공회장 윤필씨는 “입학 50주년을 기념해 해외여행을 준비중이라고 하니 친구들이 꼭 LA에 오라고 해 미서부여행을 택했다”며 “샌프란시스코와 LA 친구들의 환대에 가슴이 찡하기도 하지만 이정도는 해야 진짜 친구”라며 환하게 웃었다.
남가주 동기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기영씨는 “60을 훌쩍 넘긴 친구들이 마누라 손 붙잡고 미국에 온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운 일”이라며 “미국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의 끈끈한 정을 젊은 사람들도 잘 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UCLA를 나온 아들놈한테 고등학교 친구들 만나러 간다고 하니 ‘아직도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느냐’며 깜짝 놀라더라”며 “아이비리그를 나와도 친구가 없어 외로운 똑똑이 보다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위해 50년 전 졸업장을 꺼내 작은 선물을 만들어 주는 여유가 더 좋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LA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입학 50주년 기념행사를 멋지게 치른 친구들은 학창시절 추억, 자녀 자랑, 부인 자랑, 세상사는 이야기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미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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