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이 날개를 활짝 펴고 적을 향해 하강하고 있다.
(Batman Begins)
배트맨 탄생의 비밀
액션 자제, 재미보다 말 많은 어두운 심리극
팀 버튼이 1989년에 감독한 ‘배트맨’이 베르디의 오페라라면 크리스토퍼 놀랜(메멘토)이 만든 이 영화는 바그너의 오페라다. 만화 속 인물인 배트맨의 재미는 신나는 액션에 있는데 이 영화는 잘 만들긴 했지만 액션 재미를 너무 억제하고 있다. 지나치게 심각하고 무거워 니체 글 읽는 것 같은데 게다가 화면이 몹시 어둡고 액션장면 편집이 초고속이어서 뭐가 뭔지 알아볼 수가 없다.
마치 액션을 안 보여줄 수는 없어 보여준다는 식으로 전광석화처럼 지나가는데 놀랜 감독은 배트맨 얘기의 본질이 만화적으로 흥분되는 재미에 있다는 것을 잊은 것 같다. 재미보다 말이 많은 어두운 심리극이라고 하겠는데 처음 1시간 동안은 왜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었는가를 설명하는데 보낸다. 그 후 배트맨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영화는 다소 활기를 띠나 통속적 재미에 매우 인색하다.
영화는 처음 고댐시의 대재벌집 외아들 브루스 웨인이 왜 박쥐를 무서워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어 브루스의 부모가 아들이 보는 앞에서 강도에 의해 살해되는데 브루스는 그 후 내내 부모의 죽음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린다.
복수와 증오의 가슴을 안은 브루스는 먼 아시아까지 떠돌면서 자신의 내면의 악마와 싸운다. 아시아 한 나라의 감옥에 갇힌 브루스(크리스천 베일)를 구해 주는 사람이 정체불명의 무술선생 앙리 듀카드(리암 니슨). 듀카드는 굴(켄 와타나베)이 이끄는 닌자 집단 ‘그림자 리그’ 의 무술선생인데 이 집단은 세상의 악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지구상 인간을 쓸어버릴 계획을 하고 있다.
브루스가 무술의 대가가 돼 돌아온 고댐시는 부패한 카마인 팰콘(탐 윌킨슨)과 이중인간인 악의 하수인으로 젊은 심리과의 조나산 크레인(실리안 머피)이 말아먹다시피 하고 있다. 이 때부터 브루스는 사회 정의를 위해 악을 처치할 배트맨으로 변신한다. 그를 돕는 것이 충실한 시종 알프레드(마이클 케인)와 브루스회사의 하이텍 전문가 루시어스 폭스(모간 프리맨). 여기에 브루스의 어릴 적 여자친구 레이첼(케이트 홈즈)이 시검사로 나와 브루스 편에 서면서 둘간에 사랑의 기운이 일듯 말듯 한다. 뭐 하나 시원한 게 없다.
브루스는 폭스가 마련해준 배트복장에 배트모빌을 타고 고댐시의 악인들을 처리한다. 끝에 진짜 악인의 정체가 밝혀지나 별로 놀라게 되지도 않는다. 베일이 배트맨에 잘 어울리는데 속편에서 배트맨이 조커와 대결할 것을 예고한다. 140분. PG.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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