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차 장관급회담 평가 : 남북관계 복원과 북핵문제
오랫동안 중단되었던 남북장관급회담이 재개되어 적잖은 합의를 도출해냈다. 1년여 동안 소강상태였던 남북관계인지라 이번 15차 장관급회담은 재개 자체만으로도 대화복원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담 결과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성과를 도출했다.
이번 15차 장관급회담의 의미는 무엇보다 남북 당국간 대화가 공식 복원되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지난 6.15 민족공동행사에 남측의 정부 대표단이 참석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남으로써 실질적인 당국간 대화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남북 당국간 정례적인 최고 협의채널은 여전히 장관급 회담인 만큼 이번 15차 회담재개와 성공이 사실상 공식적이고 실질적인 관계 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장관급 회담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조건에서 진행되었다.
이미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에서 남북간에 협의해야 할 중요 사안들에 대해 폭넓은 의견교환과 함께 일정한 합의를 이룬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남북대표가 합의한 내용도 사실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장관과의 구두 합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특히 북핵문제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가 아직 유효하고 그것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면서 미국이 북한을 존중하고 인정하면 7월 중에 6자회담에 나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남북은 과거보다 진전된 형태로 핵문제와 관련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일자를 명시하지 않은 점은 미흡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과거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핵관련 내용을 감안할 때 이번 공동보도문은 ‘한반도 비핵화’를 밝히고 과거의 ‘상호 노력한다’는 정도에서 나아가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진전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악화일로의 북미간 대결 상황에서 지난 5월 남북은 당국간 대화 재개를 위한 차관급 회담을 갖고 6.15 통일축전에 남측 정부 대표단이 참석함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곧 북핵문제 악화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한반도에서 위기완화의 역할을 일정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5월과 6월의 북미간 뉴욕접촉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이끌어냈다면 6.17 김정일-정동영 면담과 이번 15차 장관급 회담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시기를 확정지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사인 북핵문제에 대해 남북이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한 것 외에 이번 장관급 회담은 그동안 중단되었던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백두산에서 열기로 한 9월의 16차 장관급회담을 비롯하여 10차 경제협력추진위 회담 및 3차 장성급 회담과 전쟁시기 행방불명자 논의를 위한 6차 적십자 회담 등의 일정이 합의된 것은 말 그대로 남북 당국간 대화가 구체적 일정표에 따라 복원되었음을 의미한다.
남북 화해의 분위기가 이번 15차 장관급회담의 성공을 통해 거듭 확인되었을 뿐 아니라 생산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해냄으로써 이후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을 거울삼아 앞으로도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회담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그러나 문제는 장관급 회담의 성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이번 회담 이후가 더 중요하며 특히 북한이 반드시 7월 중 6자회담 복귀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또 다시 미국을 탓하면서 회담복귀를 저버린다면 이번 15차 장관급회담의 성공은 불완전한 성공일 것이고 결국 북미간 핵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면서 남북관계는 또다시 난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ㅇ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ㅇ 서울대 정치학 박사
ㅇ 아태평화재단 연구위원
ㅇ 현 경남대 정치외교학
교수
ㅇ 현 통일부 통일정책위
원, NSC 정책자문위원
ㅇ 현 민화협 정책위원,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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