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애 나라사랑 어머니회 사무총장
요즈음 아이들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보니 그동안 잊고 지냈던 켄터키주 레드 클리프에서 있었던 년전의 일이 생각났다. 딸아이가 대학 다니면서 ROTC에 참가해 여름방학 동안 기초훈련을 받고 졸업식이 켄터기주 포트 녹스에 있게 되어 우리 식구가 졸업식에 갔다가 생긴 일이다. 지금도 그때 일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찔하니 그 때 그분들이 없었다면 그 당시 우리 세 식구는 길거리에서 밤새도록 숙소도 구하지 못하고 어떻게 지냈을까 싶다.
딸 혜영이는 공중전화로 “켄터키주 루이빌 공항에 와서 차를 렌트하여 40분 정도 타고 오면 레드 클리프 근처에 포트 녹스 군대 훈련장을 찾을 수 있다”고 하여 나는 모든 것을 쉽게 생각하고 미리 숙소와 차 렌트를 예약하지 않고 그냥 갔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루이빌에 도착하니 3만명이 모이는 큰 컨벤션이 있어 렌터카는 다 나갔고 택시조차도 잡기가 힘들었으며 더구나 멀리 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간신히 택시 한대를 잡아 레드 클리프에 도착하니 아주 시골이라 호텔은 전혀 없었고 작은 모텔이 몇 개 있었는데 훈련생 가족들이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 예약 없이 저녁 늦게 도착한 우리는 방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택시기사가 좋은 분이어서 모텔 여러 곳을 찾아 방을 알아보러 다녔지만 방은 끝내 구하지 못했고 택시 기사도 날이 어둑어둑해지니 가야 한다고 우리를 길거리에 내려놓고 떠났다. 길거리에 가방을 들고 내린 우리 세 식구는 실망과 절망에 가득하니 참으로 처량해 보였다. 다행히 택시기사가 우리를 한국식당 근처에 내려놓고 가서 남편과 나는 가방을 터덜터덜 끌고 식당까지 가는 동안 서로의 잘못을 따지며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이기도 하였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우리를 도와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였다.
우리는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시켜놓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사정을 하며 모든 것을 다 맡길 테니 차만 좀 빌려 달라고 애원을 하였으나 처음 보는 우리에게 차를 내 줄 리가 없었다. 그때 거의 문 닫을 시각 9시가 다 되어 우리 나이 또래의 한 중국인 부부가 갑자기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이 부부는 LA에 사는 분들로 아들이 우리 딸과 같은 훈련소에 있었으며 우리의 사정을 듣고 남편을 그들의 차에 태우고 같이 훈련소에 들어가 딸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부부는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보내준 분이었다. 또한 우리의 잠자리는 식당 아주머니가 여기 저기 수소문하여 아는 분 집에서 자게 해 주었고 자동차는 그 곳에서 모텔과 한국 식품점을 하시는 최선생께서 그가 가지고 있는 차 중 제일 좋은 차를 빌려 주셨다.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이 일을 통해서 나는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여행을 떠날 때면 어디를 가든 꼭 예약을 미리 다 해놓고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는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때의 그 고마운 분들을 생각하면 나도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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