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의 어려운 후배를 돕기 위해 몇몇 뜻 있는 초등학교 동문이 모여 기금을 마련하고 분기별로 한 명을 선정하여 소정의 나눔을 주고 있다. 이번 분기 수혜대상자의 농협계좌를 받기 위해 전화했다가 예상치도 않게 40년 후배와 깜짝 통화를 하게 되었다. 거의 새벽 2시,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식사를 할 시각에 초등학교 1학년이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엄마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괜한 아쉬움에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홀어미 밑에 다섯 남매가 매달린 가정. 그 중 네 명이 모교에 다니고 있다 한다. 허둥지둥 어려운 살림 꾸려 가는 엄마 손길이 충분히 미치지 않을 터인데도 어찌 그리 밝고 초롱초롱 할 수 있을까. 현 사정이 급박하여 살고 있는 보금자리도 떠나야 할 형편이라 하던데 그 애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밝기만 했다. 하루종일 간밤의 후배 목소리가 언친 듯 매달려 가슴에 주먹질을 하곤 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약 60만명의 결식아동이 있다 한다. 부모들의 부족함이나 사회의 부주의로 어린아이들이 굶거나 잘못 성숙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한 방울의 물은 흐르거나 물결을 이루지 못하지만 방울방울 모이면 흐르게 되고 물결도 이루게 된다. 좀더 가진 이들이 못가진 이들을 위해 나눔의 물방울을 고국에 있는 모든 이는 물론 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들이 자신의 출신지나 초등학교 동문만이라도 돌본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여긴다.
요즘 세태가 피치 못할 사정에 자식 두고 떠나는 어미들도 있다는데 다섯 남매 매달고 허덕이는 이 엄마는 그런 일 없이 우리 후배 잘 키워주길 먼 곳에서나마 빌어본다.
고경호 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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