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스프링필드에 사는 오랜 친구의 부인이 전화를 했다.
마침 아내가 부재중이라 필자가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어떤 신문에 우리 둘째 아들의 이야기가 실려있으니 읽어보라는 것이다. 칼럼 속에서 학생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 애의 졸업식에 참석했던 이들 부부는 금방 칼럼 속의 학생이 우리 애라는 것을 알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신문의 내용은 이곳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으로 활발한 활약을 하고 있는 문일룡 변호사가 그의 교육칼럼란을 통해 우리 애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칼럼을 요약하면, 문 변호사가 미국사회에서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는 중에 키가 작아서 가끔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한번은 키가 크지 않은 한인학생이 학생회장으로 있는 토마스 제퍼슨 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받침대의 도움 속에 키 차이가 많이 나는 부회장인 여학생과 공동으로 졸업식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는 것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문 변호사처럼 필자 역시 작은 키이고, 아내 역시 키가 크지 않으므로 중학교까지만 해도 비교적 큰 키였지만 고등하교 4년 동안에 1인치밖에 자라지 않은 둘째 아이가 이곳 미국학생들과 비교할 때 키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칼럼 속에서 등장하는 부회장인 여학생은 학교 농구부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던 6피트가 넘는 학생이면, 우리 애는 조정과 레슬링팀 주장으로 단련된 크지는 않지만 당당한 체격이다.
훤칠한 키에 아무 옷이나 잘 맞는 체격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다행히 하느님은 매우 공평하시어 큰키 대신에 우리 애들에게는 또 다른 장점을 주신 것 같다. 우리 부부가 대중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성격과는 달리 다행스럽게도 우리 애들은 보이스카웃에서 단련된 것인지, 비교적 능동적이고 리더십과 또한 다른 학생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포용력이 있는 것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은 대학교 3학년인 큰애 역시 같은 고등학교에서 학생회장을 지낸 바 있다.
필자는 업무관계로 가끔 직장동료들과 해외출장을 하게 되는데, 한번은 키가 6피트가 넘고 몸무게가 250파운드가 훨씬 넘는 직장동료와 유럽여행을 한 적이 있다. 필자는 본인의 여객기 좌석에 비교적 여유있게 앉을 수 있었는데, 동료인 이분은 그의 긴 다리를 어쩔 줄 몰라하며 자신의 좁은 좌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기에 너무나 안스럽게 느낀 적이 기억된다.
이분에겐 키가 큰 것이 이 상황에서는 핸디캡임에 분명한 것이며, 키가 작았던 필자에겐 매우 다행이었던 것이다.
약사가 아내인 우리 집에는 가정상비약인 우황청심환은 없어도 받침대는 없어서는 안 되는 상비품이다. 둘째애가 졸업식장에서 받침대를 자연스럽게 쓰게 된 것도 집에서 이미 잘 훈련 (?)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가 문 변호사에게 받침대 하나를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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