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안개 낀 이른 아침에 조깅을 하다보니 오래되고 납작하던 작은 집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커다란 이층집이 들어서고 있었다.
숨이 차서 뛰던 것을 멈추고 두 손을 높이 올렸다 내렸다하며 군인처럼 걷다보니 먼 지나온 날들의 일이 생각난다. 즐거웠던 일, 고마웠던 일, 그 중에서도 “왜 내가 그렇게 했었을까? 그때 좀더 친절하고, 좀 더 기쁘게 해 줄수 있었는데...”하는 일들이 떠오른다.
김 장로님 따님 결혼 선물을 생각하면 그분의 얼굴을 다시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미리 준비하였더라면 적은 돈 가지고도 맘에 드는 것을 장만하였을 텐데 당일에 사려니 비싸면서도 맘에 안 드는것을 드려 지금도 낯이 간질간질하다.
병원에서 영양사로 있었을 때 시간이 많았건만 왜 빈둥거리지 말고 과일이라도 가지고 환자들을 찾아가 위로도 해주며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써주지 않았을까.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아침에 학교 가면서 머리를 따 달라고 했을 때 왜 “지금 바빠! 바빠!” 하고 서둘며 안 해주었을까. 가슴이 찡하다. 왜 영어 단어는 안 외우고, 왜 벼락공부만 했었을까?
그렇다! 헐어 버리고 새집을 짓자. 인생은 60부터라고 어느 현명하신 분이 그랬는데 나의 낡고 허물투성이인 과거를 허물어 트리고 똑 같은 땅에다 이층집을 멋있게 짓자.
마침 옆을 보니 싸늘한 아침인데도 빨강, 보라, 하얀색의 코스모스가 활짝 나에게 웃으며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래! 후회 없는 삶을 앞으로 사는 거야!” 라고.
장혜숙/웨스트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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