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에게 내 눈을 빌려 주고 싶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내 팔을 빌려 주고 싶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내 가슴을 빌려 주고 싶습니다”
이 고백은 제가 10여 년간의 월드비전 친선대사로서 전 세계의 기아현장을 다닌 경험을 담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책에서 표현한 제 마음입니다.
풍요와 행복 속에서 아무 걱정없이 생활하고 있는 우리들이 꼭 목격해야 할 현실들, 우리가 안아 줘야 할 사람들,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인해 느끼는 가슴의 통증을 여러분 대신 제가 보고, 겪었기 때문에 제 모든 것을 빌려 드려서라도, 함께하고 싶은 욕심때문에 이런 고백이 나왔겠지요.
하루에 1달러가 없어서 굶주림에 고통받는 12억8천만1명의 우리의 이웃들, 연필 대신 총을 들고, 전장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학교에 가는 대신 노동의 현장에서 단 돈 50달러에 노예처럼 일품을 팔아야 하는 아이들, 굳은 맨 발이 비싼 나이키 운동화 보다 더 편한 소녀들 등등…
제가 본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니 고통과 아픔이 일상을 이루는 절망의 세상이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작, 가까이 가서 어루만지고, 통하지 않는 말로 위로해 주고,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아기 엄마 옆에서 함께 울어주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너무나 무기력한 한 외국인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기력함이 저 혼자 무엇인가를 해 보겠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그 안타까움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차츰 깨달으면서, 사랑과 나눔이 연말에만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연례적인 슬로건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세상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혼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함께 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던 것이지요.
‘사랑의 빵 저금통’이라는 동전모으기를 통해서 시작된 ‘지구촌 한 생명 살리기’ 캠페인이 하루에 1달러의 지속적인 도움의 형태로 발전해 나가는 것과, 수많은 한국인들이 동참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제 인생이 이러한 값진 일에 쓰이고 있다는 희열이 가슴 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제가 보고, 만지고, 느꼈던 것을 그대로 알리기 위해 제 인생에 주어진 몫을 할 것입니다. 저를 원하는 자리가 없어질 때까지 말이지요.
미국은 풍요와 부의 상징입니다. 이곳에서도 우리 한국인들은 너무나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성공한 이민 신화를 쌓아가는 민족입니다. 이제는 그 신화가 사랑과 나눔의 신화로 승화 될 수는 없을런지요.
이번 7월, 4년만에 다시 찾은 LA에서 그 실마리를 봅니다. 아낌없이 강단을 제공하신 동양선교교회와 은혜한인교회, 그리고 5시간의 생방송을 아무 조건없이 할애해주신 라디오 서울, 그리고 이런 행사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주시는 LA 동포 여러분이 있기에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창조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저는 서울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여러분의 건승과 행복을 위해 기도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김혜자 월드비전 친선대사·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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