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세 비켜갈 ‘보수’카드
일부 민주의원도 자질 인정
필리버스터 쓰기엔 무리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9일 잔 로버츠(50)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그가 연방대법원의 이념적 판도를 과감히 보수 쪽으로 기울이려 하고 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이를 막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03년 부시 대통령이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지명한 로버츠 판사는 보수 성향이 분명하나 탁월한 자질을 널리 인정받고 있고 특히 워싱턴 법조계에서는 일부 민주당 인사들로부터도 존경받고 있어 민주당에서 공격하기 어려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로버츠 판사는 무엇보다도 2년을 남짓한 짧은 임기동안 남긴 판결 기록이 많지 않아 시비를 걸 소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인준 과정이 앞으로 어떤 성격을 띠게 될지는 9월초 상원 법사위원회의 인준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대법원의 보수화를 반발하는 진보 진영이 이미 수천만달러의 전비를 비축해 대결을 벼르고 있는 가운데 인준 절차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기까지 인준을 반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정치 전략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로버츠 지명이 발표된 19일 그가 인준 청문회에서 설명해야 할 의문점이 많다고 지적하는 정도의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지도부가 결국 로버츠의 인준을 필리버스터로 저지하기로 결정한다면 양당 온건파 의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조셉 리버맨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필리버스터를 면할 수 있을 만한 지명후보로 로버츠 판사를 거명한 바 있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애리조나)은 신속한 인준 표결이 있을 것이라며 미리 선을 그었다.
로버츠 판사가 많은 관측가들의 예상대로 상원의 인준을 받는다면 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 중 보수파가 5명, 진보파가 4명으로 세력 균형이 보수로 기울 것으로 전망된다.
로버츠 판사가 대체하는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은 지난 25년간 보수파와 진보파로 양분된 대법원에서 중도파로 낙태, 사형제도, 정교분리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해 결정표를 행사해왔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의 로버츠 판사 지명은 지명자 물망에 올랐던 후보들 가운데 민주당과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있으면서 보수 기독교 지지기반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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