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4사, 넉 달 만에 1,400원서 올려
▶ 중동정세 불안 원화약세 지속 판단
▶매출 감소 우려 불구 가격경쟁력 확보
▶수입원가 상승 등 고환율 부담 여전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자 국내 면세점 업계가 국내 브랜드에 적용하는 기준환율을 일제히 올리기로 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해 달러화 표시 국산 제품 가격이 백화점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을 막고 고객들의 발길을 면세점에 붙잡아 두기 위한 조치다.
23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24일부터 국산 브랜드 제품의 달러 판매 가격을 정할 때 적용하는 기준환율을 기존 1,400원에서 1,450원으로 50원 올린다. 신라면세점, 현대면세점도 하루 뒤인 25일부터 기준환율을 동일한 폭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업계가 기준환율을 조정하는 것은 지난해 11월 초 1,350원에서 1,400원으로 50원 올린 후 약 4개월 반 만이다.
면세점은 판매공간을 임대하는 백화점과 달리 판매할 제품을 직접 국내외 브랜드로부터 매입해 달러로 가격을 매겨 판매한다. 기준환율은 면세점이 원화로 매입한 국산 브랜드를 달러 판매가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환율이다. 기준환율을 인상하면 달러 표시 판매 가격이 저렴해진다.
예를 들어 1만4,000원짜리 제품의 경우 환율 1,400원 기준 판매가격은 10달러지만, 기준환율을 1,450원으로 올리면 판매가격이 9.66달러가 돼 사실상 할인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업계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이다. 가격 인하 효과로 판매량이 늘어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매출 감소 리스크를 안게 된다.
더욱이 국산 브랜드의 매입 가격은 조정되지 않은 채 달러 표시 판매가만 낮아질 경우 마진도 줄어들게 된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달 28일 이후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1,450원을 웃돌았는데도 면세 업계가 기준환율 조정을 미뤄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기준환율 인상은 업계가 고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을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510원을 웃돌았다. 이 경우 면세 쇼핑을 하는 내국인 고객 입장에서는 달러 표시 가격은 동일해도 원화 기준으로는 제품 가격이 오르는 셈이 된다. 백화점 판매가격보다 면세점이 더 비싼 ‘가격 역전’ 현상도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환율은 수시로 조정하기는 힘들고 각 사별로 환율의 변동이나 전망, 제품 가격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 적용한다”며 “이번 조치로 환율 상승에 따라 면세점 구매객이 줄어드는 상황을 막고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치와 별개로 고환율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해외 브랜드 제품의 매입 원가가 높아져 이익률 감소 요인이 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2024년 말 기준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약 685억원의 세전 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디에프도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손익이 약 22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5% 상승 시 약 19억원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가 기대를 거는 점은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추세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1월 면세점에서 외국인 구매 인원은 전년 동월 대비 26.8%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K컬처에 대한 관심으로 외국인 방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라며 “환율 등 외부 변수에 대응하면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차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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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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